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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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직원들, 무기계약직 구제 반대
“朴시장 3선 의식한 인기영합 정책… 공채 준비 취준생 기회 박탈 우려”
市 “정규직 되더라도 직급-보수 차이… 노조-관계자와 협의해 진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놓고 서울교통공사에서도 ‘노노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직원들이 무기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제공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놓고 서울교통공사에서도 ‘노노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직원들이 무기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제공
무기계약직 전원을 연내 정규직화하기로 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내 정규직의 반발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은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서울교통공사 청년모임’을 만들고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방침을 놓고 교원들 간 갈등이 빚어지듯 서울시에서도 근로자끼리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 보인다. 교통공사의 갈등 양상이 다른 산하 기관으로 번질지도 주목된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7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20곳 중 11곳의 무기계약직 244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교통공사 공채 출신 3, 4년차 직원들이 주축인 청년모임은 28일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첫 ‘반대 시위’를 벌였다.

청년모임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가 정규직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매년 공채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에도 시험을 치르지 않고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해서 정규직이 된다면 공채 출신 직원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 산하 기관 공채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기계약직이 정규직화했을 때 승진과 처우, 복지 등에서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된다면 이 역시 정규직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중(中)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은 기관에 직접 고용돼 신분은 안정됐다. 하지만 임금체계나 복리후생, 승진 등에서 정규직에 뒤지는 대우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이 전략적으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선심 공세’로 보인다는 것이다. 청년모임 관계자는 “박 시장이 3선을 의식해 과도한 인기 영합 정책을 펴는 것 같다”며 “업무 성격과 상관없이 정규직 전환을 ‘속도전’하듯 추진해 정규직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사실상 서울시가 5년 전 도입한 정책의 확장판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가 따라가는 게 아니라는 항변이다. 서울시는 2012년 3월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정책적으로 추진했다. 지금까지 서울시 본청 및 사업소 소속 비정규직 1949명, 투자·출연기관 소속 비정규직 6738명이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다. 시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이 되더라도 직급이나 보수 산정에는 합리적인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노조 및 관계자와 협의해 정규직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교통공사 내부 3개 노조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공식 견해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음 달 4일 서울시와 첫 단체교섭을 하고 세부안을 논의한 뒤 내부 조율을 거쳐 찬반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규직화가 가능한 직종과 비정규직이 맞는 직종이 무엇인지 정부가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서울교통공사#정규직#무기계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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