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실명’ 아동학대 수사요청 묵살… 전남경찰청, 목포署 사실조사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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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수사절차 벗어나… 아동기관 의견만 따라 수사종결”

목포 6세 아동 실명(失明) 학대 사건에 대한 일선 경찰서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상급기관이 조사에 나섰다.

12일 전남지방경찰청은 광주 동부경찰서의 수사요청 공문을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전남 목포경찰서에 대해 사실조사를 벌였다.

이날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동부서는 지난해 9월 29일과 30일 ‘A 군(6)이 학대를 당한 것 같다’며 목포서에 두 차례 수사요청 공문을 보냈다.

동부서가 목포서에 보낸 공문에는 A 군이 최근 세 차례 목포에서 병원 치료를 받은 이유와 두 달간 유치원을 결석한 경위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 군이 자전거를 타다 다쳤다는 빌라 3층 베란다와 이웃 주민을 탐문 조사해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아동보호기관은 목포서에 ‘아동학대 사건이 아닌 것 같다’고 전화로 알렸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이 아동학대 사건을 놓고 이처럼 다른 의견을 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경찰청은 목포서가 당시 동부서의 수사요청 공문은 묵살하고 아동보호기관의 의견만을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목포서가 통상적인 수사절차를 벗어난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아동을 임시시설에 보호하거나 체벌 사건 등에 대해서는 아동보호기관 의견을 참작하지만 아동학대 사건은 자체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A 군 친모 최모 씨(35)의 동거남 이모 씨(27)는 지난해 7월 27일부터 같은 해 10월 25일까지 8차례나 폭행을 가하고 병원 8곳을 돌아다녔다. 또 최 씨와 이 씨는 A 군에게 학대를 당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종용하는 등 범행을 은폐했다. 만약 목포서가 동부서의 요청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 이 병원들을 조사했다면 실명까지 이르는 학대는 막을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공문 제목이 ‘의사 검진결과’라고 붙어 있는 데다 아동보호기관까지 ‘안전사고 같다’고 하니 (목포서가) 실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청과 경찰서 사이에 공문을 인수인계하거나 접수하는 방식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동보호기관의 조사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동학대 의심자로 지목된 최 씨를 A 군과 함께 조사했다. 또 A 군이 다닌 유치원의 교사에 대해서는 전화로만 확인했고 조사기간도 짧았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사건은 피해아동과 가해 의심자를 분리해 조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A 군이 수술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최 씨를 함께 조사했다면 추후에 확인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아동학대#실명#아동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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