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반년치 가입자 며칠새 탈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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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호보다 비정규직 편만 드나” 일부 조합원, 집행부 노선에 반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총파업을 지지하자 일부 조합원이 집행부에 불만을 터뜨리며 ‘항의성 탈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교조가 조합원의 권익보다 비조합원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며 집행부를 비판하고 있다.

9일 전교조 등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정규직 교사 중심의 노조인 전교조 조합원들 간 이견이 표출되며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전교조 집행부가 비정규직 철폐를 주요 요구조건으로 내건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에 동참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최근 학교 영양사, 조리사, 교무실무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서자 정작 조합원인 일부 교사가 ‘전교조가 조합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전교조 집행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전교조 조합원은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치고 있는 집행부를 비판하며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전교조 조합원은 “전교조가 교사 단체이면 교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 노력해야 하는데, 비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조합비와 집행부의 노력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조합원도 “전교조가 교육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데 노동 문제, 정치 현안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교조 내부에선 이 같은 비판을 놓고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할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한 이기적 행태”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탈퇴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전화 받기가 두렵다”고 썼다. 송 대변인은 “조합원 한 분 한 분을 맞아들이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왔는데, 요 며칠 사이에 반년 치 신규 가입자 수가 썰물처럼 빠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교조에 탈퇴를 선언하는 조합원들은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에는 찬성하지만 정규직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려면 현재 정규직처럼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임용돼야 하는데, 비정규직을 그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전교조 조합원 수는 현재 5만여 명 수준이다. 2005년 9만 명이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교조가 교육 문제를 넘어선 정치 현안에 깊이 관여하면서 젊은 조합원들의 관심이 멀어진 것으로 교육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전교조#탈퇴#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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