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정기혜]대학 캠퍼스 내 음주 금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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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
정기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
며칠 전 ‘한 대학이 신입생 환영회를 개최하면서 소주 7800병, 맥주 960병을 구입했는데, 참여 학생 1인당 4, 5병을 제공할 수 있는 양’이라는 보도를 봤다. 술로 인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우리 사회는 왜 여전히 술을 권하고 있을까.

실제로 우리나라 15세 이상 알코올 소비량은 2015년 기준 1인당 연평균 9.1L나 된다. 수입분을 포함한 술 출고량은 매년 증가해 2015년엔 375만 kL에 달하였다. 최근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 출시되면서 젊은이와 여성층을 중심으로 주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음주에 대해 관대한 사회적 통념도 ‘술 권하는 사회’를 만드는 이유다. TV 드라마에선 만취된 인물이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청소년 연예인은 방송에 나와 성인이 된 후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이 음주라고 당당히 말한다. 2016년 청소년 온라인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술을 처음으로 접하는 나이가 13.2세, 음주량이 가장 많은 시기는 19∼29세다.

그럼에도 정부의 주류 정책은 ‘규제 철폐’라는 기조로 오히려 완화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전통주의 통신판매 수량 제한과 주류 배달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였다. 슈퍼마켓 등 소매점의 주류 배달이나 음식점의 음식에 수반되는 주류 배달이 허용되고, 1인 하루 100병 이하로 제한하던 전통주의 통신판매 수량 제한을 폐지하였다. 같은 해에 야구장에서 맥주를 파는 이른바 ‘맥주보이’도 허용했다.

반면 해외에선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공공장소나 행사에서 음주를 권하고 있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캐나다는 주류 판매가 허가된 음식점이나 주점에서만 음주가 가능하고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는 개봉된 술병을 들고 다니는 것조차 처벌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도 공원과 광장, 공공산책로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모든 주류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술을 권하지 않는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절주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음주를 바라보는 관대한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주류 광고와 특히 대학 캠퍼스 내에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

정기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
#신입생 환영회#소주#술#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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