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우레탄 운동장 교체 늦어져 체육수업 파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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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KS 기준 2월달에야 확정… 780개교 대부분 공사 시작 못해
새 학기 돼서도 주차장서 수업

운동장에 우레탄을 깐 서울 양천구의 A중학교. 이 학교에서는 우레탄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며 지난해 6월부터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후 이 학교 학생들은 주차장에서 체육 수업을 했다. 하지만 콘크리트가 깔려 있는 주차장에서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축구는 할 수 없었고 가능한 종목은 맨손체조가 고작이었다. 새 학년이 시작됐지만 아직 우레탄 교체 공사는 시작하지 못했다. 이 학교 교장은 “좋아하는 체육을 할 수 없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꽤 있지만 규정 때문에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우레탄 운동장·트랙의 교체 공사가 늦어지면서 새 학기에도 상당수 학교가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우레탄 운동장·트랙에서 유해물질 우려가 제기됐지만 한국산업규격(KS) 기준 제정이 늦어져 새 학기가 되도록 우레탄 트랙을 교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3∼6월 실시된 교육부의 전수조사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교체 대상이 된 1745개교 중 다시 우레탄 설치를 희망하는 780여 개교 대부분은 여전히 교체 공사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정부가 우레탄 운동장·트랙이 설치된 전국 초중고 2763개교를 대상으로 위해성 유무를 조사한 결과 64%인 1767개교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교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후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 등에 대한 우려가 추가로 제기돼 KS 기준을 새로 만들면서 시간이 늦어진 것. 지난해 12월 20일에야 유해물질 관리 대상을 기존 중금속 4종에서 중금속 15종과 프탈레이트 6종으로 확대한 KS 기준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기술표준원의 KS 인증, 조달청의 사전 심사 등을 거쳐 지난달 27일에야 이 기준에 맞춘 시공 가능 업체가 등록되기 시작했다. 1월까지 21개 학교에서만 우레탄 교체 공사가 이뤄진 이유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1767개교 중 학교 이전 등으로 교체가 필요 없는 22개교를 제외한 1745개교 중 절반가량은 다시 우레탄(기준치 충족) 설치를 희망하고 있다. 나머지 학교는 화학물질 우려가 적은 마사토나 천연잔디, 인조잔디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의 대응투자 금액을 포함해 우레탄 트랙 철거 및 교체를 위한 예산은 모두 확보된 상태”라며 “단 한 곳의 학교라도 먼저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우레탄#유해#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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