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던 지하철에 환기구 떨어져 ‘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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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1호선 당리역 부근 사고 ‘아찔’

달리던 지하철 전동차가 대형 환풍시설과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노후 지하철 안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오후 3시 23분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당리역 320m 앞에서 지하터널 내 환기구 연결 덕트(공기가 흐를 수 있도록 스테인리스로 만든 관)가 옆으로 넘어진 뒤 신평 방향 선로에 떨어지면서 마침 역으로 다가서던 1157호 열차와 부딪쳤다.

이로 인해 운전실 전면 유리와 1호 객차 오른쪽 창문 10여 장이 굉음과 함께 파손되면서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고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등 열차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열차가 급히 멈추자 승객 150여 명은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고 탈출해 어두운 터널을 300m가량 걸어 역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사고 당시 유리 파편이 객차 내부로 튀면서 승객 정모 씨(75·여) 등 3명이 다쳤다. 열차가 역에 다가서면서 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춘 상태여서 참사를 피했다.

추락한 덕트는 가로세로 2.5m, 높이 7m 크기다. 이날 새벽 D업체가 교체작업을 진행했다. 경찰은 교체 과정에서 덕트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업체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은 1985년 개통했다. 서울지하철 1, 2호선 다음으로 국내에서 오래된 도시철도다. 개통 30년을 넘기면서 곳곳의 시설이 낡아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

서울지하철 사정도 비슷하다. 1974년 개통한 국내 최고(最古) 지하철인 1호선은 대부분의 역 승강장 천장에 마감재가 없다. 승객들이 열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지만 전기와 환기 등 각종 설비가 머리 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1993년 냉방시설을 설치하며 승강장 분위기가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에 따라 각종 배관과 배선을 노출한 채 시공했기 때문이다. 천장이 마감재로 가려진 곳은 2005년 문을 연 동묘앞역과 2014년 리모델링한 시청역뿐이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 관련 설비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도시철도 사고처럼 시설물 추락사고 때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종각역을 이용하는 직장인 김진 씨(27·여)는 “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약 지진 등으로 시설물이 떨어지거나 합선이라도 일어나면 승객이 다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우려했다.

서울메트로도 1호선 시설물 안전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1호선 역사의 천장 마감재 설치 등 리모델링 계획이 마련돼 있다”며 “그러나 워낙 규모가 커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열차 운행과 동시에 시공하는 것도 어려워 지금으로서는 언제 시공할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마감재가 있어야 1차로 천장 시설물 추락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지하철 내 노후 시설물 안전에 대한 실태 파악과 보강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 / 부산=조용휘 기자
#부산#지하철#환기구#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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