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택시 성폭행 피해 女 “외교부 도움 無, 교민 덕에 숙소·통역 구해”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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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월 23일 1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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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뉴스 캡처
사진=채널A 뉴스 캡처

대만 여행 중 택시 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한국인 여성들의 일행이 대만 주재 한국 대표부의 불친절 대응에 항의했다.

피해 여성들과 함게 여행을 다녀온 A 씨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만 한국 대표부가 피해 신고를 받고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11일 친구 2명과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택시 기사 잔(詹·41) 씨의 차를 타고 스린 야시장으로 가던 중 그가 준 요구르트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 계속 잔 씨가 과일과 버블티를 줬기 때문에 의심 없이 요구르트를 마셨다고. 그러나 당시 잔 씨는 수면제를 넣은 미개봉 요구르트를 한국인 여성 관광객들에게 제공했다.

잔 씨는 유일하게 정신을 차린 A 씨를 스린 야시장에 내려준 후, ‘투어를 마치면 카톡을 달라’고 말하고 떠났다. A 씨는 “어지럽고 몽롱했는데 택시기사가 일단 문을 여니까 내리기는 내렸다. 술을 두세 병 이상 마시면 이런 느낌이겠다 싶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며 “시장 입구에서 계속 와달라고 기사한테 연락을 보내고 기다린 시간만 30~40분 정도 된다. (택시가 도착했을 때) 친구들은 그때 그냥 잠들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숙소로 돌아온 이들은 약 기운 때문에 하루 종일 잔 후, 뭔가 이상하다고 인지했다. A 씨는 “(요구르트를)많이 마신 친구는 하루 종일 몸에 힘이 없고, 몸이 이상하니까 친구들끼리 택시 안에서 먹었던 요구르트를 직접 사서 먹었는데 먹어본 후에 너무 맛이 달라서 그때부터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 것 같다”며 “일단 친구가 성추행을 당한 기억이 너무 명확하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후 A 씨와 피해 여성들은 주 대만 한국 대표부에 긴급전화를 했다. A 씨는 “당직사관이 한숨을 내쉬면서 ‘무슨 일로 대표부 긴급전화로 전화를 하셨냐. 지금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다’라고 덧붙이면서 짜증 섞인 투로 말을 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상황 설명을 하고 마지막에 통역을 요청했더니 상시적으로 통역제공은 어려우니까 우선 날이 밝는 대로 경찰서에 신고부터 하고 연락을 달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외교부 측의 해명과 다르다. 외교부는 지난 15일 “신고할지 여부를 결정해 알려달라고 했지만 답이 없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해 피해자들과 연락이 닿았다”며 “대한 한국 대표부가 관할 경찰당국 및 검찰 측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고, 14일 현지 경찰 당국은 가해자 신병을 확보하였음을 우리 공관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씨는 “우리는 외교부로부터 신고할지 말지 여부에 대해서 들은 적 없다. 인터넷 카페나 네이버 지식인에 올린 글들 보고 현지 교민 분들이 같이 경찰서에 신고를 하러 가주신다고 하셨다”며 “애초부터 경찰서에 신고할 마음을 가지고 대표부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구했다. (신고 여부를 결정 못하겠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또 “현지 교민들이 한국 대표부에서 이런 식으로 소홀하게 처리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일단 외교부에서 현지 법원에 증언하는데 현지 교민이 통역을 해 주셨다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또 현지에서 기사가 나서 우리가 있는 호텔 쪽에 기자들이 다 잠복하고 있었다”며 “한국 대표부에 우리 하루 묵을 곳을 찾아봐 줄 수 없겠냐고 물어봤는데 현재 지원될 수 있는 금액도 없고 일단 찾아는 보겠다고 했는데 어렵다고 해서 그냥 저희가 현지 교민들 집에서 잤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다음 날까지 교민 분이 또 따로 새벽에 호텔 가서 저희 짐을 가져다주시고. 계속 교민 도움만 받았다. 너무 화가 났다. (한국 대표부가) 이런 부분에서는 아무것도 도움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니까 현지에서 경황이 없고 감당이 잘 안 됐다”고 덧붙였다.

피해 여성들은 한국에 돌아온 후 외교부에 항의를 하려했지만, 이 역시 어렵다고 밝혔다. A 씨는 “일단 긴급 부서 관련해서는 담당 부서에 계속 전화를 걸었다. 너무 화가 나서 당시 녹취를 달라고, 당시 그렇게 대응했던 사람들 전화를 바꿔달라고 계속 요청했는데 그분은 휴가를 갔다, 아파서 병가를 냈다고 말씀을 하면서 전혀 사과도 없었다”며 “우리 이후로 이제야 녹취를 시작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계속 피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고 질타했다.

한편 피해 여성들은 잔 씨에게 비슷한 방법으로 당한 피해자들을 찾고 있다. A 씨는 “같은 택시 기사를 고용하고 저희랑 비슷한 일을 겪은 분들이 약 10명 정도 있다. 그분들이 진술서를 작성해서 대만에서 저희를 돕고 있는 변호사한테 보내주신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향 동아닷컴 수습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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