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짐 맡기기 전쟁? 방학기간 대학가 신(新)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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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학기간 대학가 신(新) 풍경>
비싼 민자 기숙사비 부담 피하려고
'짐 맡기기 전쟁'에 나선 대학생들

#.2
16일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방학 중 짐 보관 업체 '오호'의 창고에는
대학명과 학생의 이름, 방 번호가 표기된
박스 수백 개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3
"서울 시내 대학생들이 방학 동안 기숙사에서
짐을 빼고 맡긴 박스를 보관하고 있다. 대부분
민자 기숙사 학생들 것이죠."
-짐 보관 서비스 업체 '오호' 정유진 대표

#4
겨울방학 기간에 짐 둘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지방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원룸 월세보다 비싼 민자 기숙사비 부담을 덜기 위해
학생들은 방학이면 방을 빼곤 하죠.
이와 함께 이런 학생들을 겨냥한
짐 보관 서비스 업체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5
민자기숙사는
민간기업이 투자해 지은 대학 기숙사.
보통 완공 뒤 특수목적회사(SPC)가 운영하다
20년 또는 30년 후 학교에 소유권을 넘깁니다.
민간 기업은 운영기간 중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학교가 지은 기숙사보다 비용이 비싼 편이죠.

#6
"아르바이트만으로는 월 관비 35만원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최근 방을 뺐습니다.
친구들에게 사정해 짐을 나눠 맡겨 놓고 있죠."
-동국대 민자 기숙사 거주 이모 씨(25)

이처럼 학생들이 방을 빼는 이유는 방학 때만이라도
관비와 생활비를 아껴 고향에 내려가자는 생각에서입니다.

#7
반면 짐 보관 서비스업체는 호황을 맞았습니다.
이 업체들의 보관 비용은 월 관비보다 훨씬 저렴한 10만원 안팎.
한 보관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서울 시내 2개 대학 정도에서만 수요가
있었는데 현재는 8개 대학까지 늘었다"고 말합니다.

#8
하지만 보관 서비스를 모르거나
이 마저도 부담인 학생들은 짐 보관용 방을 다른 학생들과
공동으로 임차해 비용을 줄여보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방학이면 대학 커뮤니티에는 짐 맡길 방을
구하는 글들이 쇄도하죠.
학과 사무실은 끝내 방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의 짐으로 넘쳐납니다.

#9
이처럼 민자 기숙사생들이 방황하는 이유는
원룸 월세보다 비싼 기숙사비 때문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연세대 민자 기숙사의 비용은
학기(4개월)당 264만 원.
신촌 원룸 월세보다 33만4000원 비쌌습니다.
고려대와 건국대는 각각 232만 원, 219만 원으로
역시 주변 원룸보다 32만 원, 31만 원씩 더 비쌌죠.
자료: 한국사학진흥재단(2014)

#10
당초 정부는 대학생 주거 난 해결을 위해
재정이 열악한 학교 대신 민간 자본이 기숙사를 짓도록 추진했습니다.
이렇게 지어진 기숙사는 이윤을 우선 시할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그럼에도 지방 학생들은 거리, 시설, 안전 등을 들어
민자 기숙사를 선호합니다.

#11
"민자 기숙사가 기숙사 비를 인상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비용을 부담해
짓고 운영하는 '행복기숙사' 같은 공공형 기숙사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달팽이 유니온 정남진 사무국장-
2017.01.17
원본 | 이호재 기자
기획·제작 | 김재형 기자·김한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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