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염병 10만명… ‘불감증’이 키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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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두-성홍열 등 4년새 2배로 폭증
아이 아파도 학교 보내는 무감각과 보건당국 부실 관리가 빚은 합작품
선진국은 치료후 진단서 내야 등교

 법정 전수감시 대상 감염병 56종(결핵, 에이즈 제외)의 환자 수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올해 처음으로 1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25일 확인돼 어린이집과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두 등 소아·청소년이 쉽게 걸리는 감염병 환자가 전체의 80%에 육박해, 학내 집단생활에 따른 감염병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4만9031명이었던 전수감시 대상 감염병 환자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9만1986명으로 치솟은 뒤 이달 18일까지 10만1866명(잠정)을 기록해 4년 만에 2배로 늘었다. 메르스, A형간염 등 전수감시 감염병은 독감, 수족구병 등 표본감시 감염병보다 환자 수는 적지만 전파력이 강하거나 치명적이어서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반드시 환자 발생을 신고해야 한다.

 환자는 수두(5만1557명), 성홍열(1만1632명) 등 19세 이하가 95% 이상을 차지하는 소아·청소년 감염병에 집중됐고, 환자 수도 역대 최고였다. 특히 유행성이하선염은 전체 환자 수가 2013년 1만7024명에서 올해 1만6803명으로 3년 새 200명가량 줄었는데도 9세 이하 환자는 오히려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는 보건·교육 당국의 부실한 감염 관리와 아이가 아파도 학교를 보내는 상당수 학부모의 잘못된 인식이 겹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어린이집과 학교는 수십 명이 하루 6∼8시간 부대끼며 집단생활을 하는 특성상 정확한 감시를 통한 예측뿐 아니라 조기 격리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감염병 교육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식사 전 손을 씻는 중고교생은 절반도 안 된다. 교육부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9월부터 도입하겠다고 했던 ‘유행 조기경보 체계’는 이번 독감 유행 때 작동하지 않았다. 환자 수 파악과 유행 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009년 발간한 낡은 감염병 매뉴얼도 최근에야 개정해 학교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어려서부터 감염병 교육에 철저하고, 학교와 학부모들도 관련 규칙을 철저히 준수한다. 미국 뉴저지에서 유치원생 딸(6)을 키우는 한국 기업 주재원 A 씨(42)는 어린 딸이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마다 꼭 오른쪽 팔을 구부려 팔꿈치 안쪽에 입을 갖다 대는 걸 보고 누가 알려줬는지 물었다. 딸은 “유치원에서 선생님한테서 배웠고 다른 친구들도 모두 다 그렇게 한다”고 대답했다.

 이런 위생교육 외에도 학교와 학부모 모두 “아픈 아이는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학교에서 받지도 않는다”는 인식이 명확하다. 독일은 감염병에 걸린 자녀를 등교시킨 부모에게 벌금 2만5000유로(약 3150만 원)를 부과하고, 치료 후에도 진단서를 제출해야 등교를 허용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전염병#수두#성홍열#폭증#보건당국#부실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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