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도입 2년… “핑크석 아무나 앉고 아예 없는 열차 많아”

임산부들 이용불편 민원 여전

2014년 도입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의 ‘임산부 먼저’ 엠블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서울지하철 1∼8호선은 순차적으로 좌석 전체를 분홍색으로 교체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먼저 양보를 해주면 좋지만 일부러 앞에 서서 ‘32주째니까 자리 좀 양보해 주세요’라고 말할 임신부가 얼마나 있겠어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조현수 씨(34)는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할 때마다 아쉬움이 크다. 무거운 몸으로 전동차에 오르지만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 씨는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임산부들이 편하게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하철 전동차의 임산부 배려석 시트를 교체하는 작업이 지난해 시작됐지만 임산부들이 느끼는 불편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시의회 김상훈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1)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1∼4호선 3908석, 5·8호선 1396석의 임산부 배려석이 새롭게 바뀌었다.

　2014년 처음 임산부 배려석을 선보였을 때는 좌석 위쪽에 ‘임산부 먼저’라는 스티커만 붙어 있었는데 이를 눈에 잘 띄도록 분홍색 시트로 교체하는 것이다. ‘이 자리는 임산부를 위한 자리입니다. 양보해 주세요’란 바닥 표지도 별도로 설치했다. 올해 말까지 6·7·8호선 1836석이 순차적으로 교체된다.

　그러나 임산부 커뮤니티 사이트인 ‘맘스홀릭베이비’에는 “임산부 자리는 비어 있는 경우가 별로 없고 노약자석은 어르신들이 눈총을 줘서 결국 서서 갈 수밖에 없다”고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2014년부터 올 9월까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는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대한 민원이 339건 접수됐다. 2014년 27건에서 2015년 146건, 2016년 9월 말 현재 166건 등 임산부 배려석이 늘어날수록 민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임산부가 앉을 수 있도록 평소에는 비워두게 하는 홍보가 필요하다” “아직 배려석이 설치되지 않은 차량이 많다”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각 보건소에서 초기 임신부를 위해 열쇠고리나 동전지갑 형태의 표지를 배포하고 있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알아보는 일반 승객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이용하는 임신부도 많지 않다. 또 수도권을 오가는 코레일 소속 전동차에는 배려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서울 안에서 운행하는 지하철은 전량 설치가 끝났지만 경기, 인천과 서울을 잇는 1·3·4호선은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임산부 배려는 법적 강제조항이 아니다 보니 시민들의 자발적인 양보와 배려를 통해 사회문화로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