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삼겹살만 먹다간, 다이어트커녕 건강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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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지방-저탄수화물 식사’ 열풍… 5개 의학-영양학회, 부작용 경고
“체중감량은 단기적 효과 그쳐… 당뇨-고혈압 환자에겐 毒될수도”

 최근 유행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를 지속하면 두통, 피로감 등 부작용을 유발하고 만성 질환자에게는 자칫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 5개 의학·영양학회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는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오히려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2일 대한가정의학회도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 열풍을 우려하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그 대신 지방 섭취를 늘리는 것. 최근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보도된 뒤 이 식단을 시도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고지방 식품인 버터가 품절되고 돼지고기 판매가 급증하는 현상을 빚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식단이 단기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효과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면 몸은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쓴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살이 빠지지만 원래대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순간 다시 체중이 증가한다는 것.

 게다가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분해할 때 나오는 케톤이 유독성 물질이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신장에서 그 독성이 중화돼 문제가 없지만 케톤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체내에 독성이 남아 두통, 피로감을 유발하게 된다. 과도한 지방 섭취가 장내 미생물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 몸의 염증 반응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에게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화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혈관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고, 당뇨병 등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면 체내 케톤의 독성이 높아져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 학회는 “꾸준히 열량 섭취를 줄이고 활동량을 늘리는 것만이 비만 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탄수화물은 전체 섭취 열량의 65%, 지방은 30%를 초과해 섭취하지 않고 △몸에 좋지 않은 단순당,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만성질환자는 식사를 신중히 선택할 것을 조언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다이어트#식단#케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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