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나무로 지은 건물, 지진에도 안전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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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건축 재료, 나무

영국 런던에 건축될 예정인 초고층 건물. 높이 300m인 이 건물이 실제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 건축물이자 런던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축물이 된다. ⓒPLP Architecture
영국 런던에 건축될 예정인 초고층 건물. 높이 300m인 이 건물이 실제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 건축물이자 런던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축물이 된다. ⓒPLP Architecture
 4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건축학과 연구팀과 PLP건축의 건축가들은 런던에 새로운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높이 300m에 이르는 80층짜리 주거용 건축물로, 우리나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63빌딩’보다 50m 이상 더 높은 엄청난 높이다. 이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런던에서 두 번째로 높은 어마어마한 건물 높이에 놀랐고, 이 건물의 주요 재료가 ‘나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이 건물은 날렵한 삼각기둥을 높게 세워 놓은 것처럼 생겼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3차원(3D) 모델을 보면 수직과 사선 방향의 건물 뼈대가 모두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에서 사람이나 물체 등의 무게를 버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뼈대인 구조물을 모두 나무로 만들 예정이다.

 나무 건물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나무로 건물을 짓는 것만으로도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스스로 만든다. 물과 햇빛,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산소를 배출하고, 탄소는 영양분인 포도당 형태로 몸속에 저장한다. 이처럼 나무는 자라는 과정 동안 몸속에 탄소를 차곡차곡 모아둔다.

 하지만 나무가 영원히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자라면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고, 탄소 저장 능력 역시 떨어진다. 이때 나무를 그대로 두어서 썩거나 태워 버리면 나무 안에 있던 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베어서 건물을 만드는 재료로 쓰면 나무 속에 있는 탄소가 그대로 유지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 건물을 ‘탄소 저장고’라고도 부른다.

 건축공학자 사이먼 스미스를 비롯한 연구팀은 “나무는 유일하게 재생 가능한 건축 재료”라며 “19세기와 20세기에 콘크리트와 철, 유리가 건축의 혁명을 일으켰다면 21세기에는 나무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제 나무 고층 건물이 대세!

 2010년 이후 전 세계 많은 건축가들은 나무로 건물을 짓는 데 관심을 가졌다. 특히 도시에 나무 건물을 짓겠다는 건축가가 많았다. 도시에 비슷한 콘크리트 건물을 또 짓기보다는 친환경 건축 재료인 나무로 새로운 건물을 짓기로 한 것이다.

 나무 건물이라고 해서 한옥처럼 생긴 낮은 건물만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건물을 지으면서 발달한 건축 기술로 나무 건물 역시 더 높게 지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완공된 나무 건물 중 가장 높은 건 노르웨이의 항구 도시인 베르겐에 있는 ‘Treet’다. 이 건물은 높이 약 50m의 14층짜리 아파트로, 기둥을 비롯해 대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졌다. 이밖에도 캐나다 밴쿠버에는 높이 53m, 오스트리아 빈에는 84m의 나무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모두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올해 7월 14일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높은 나무 건물이 완성됐다. 경기 수원시에 지어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이다. 이 건물은 높이 18m로, 현재 우리나라 건축법에 정해진 나무 건축물의 최대 높이다.

수원시 권선구에 지어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 자원부 종합연구동. 높이 약 18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나무 건물이다. ⓒ박영채
수원시 권선구에 지어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 자원부 종합연구동. 높이 약 18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나무 건물이다. ⓒ박영채
 종합연구동이 과거에 지어진 한옥과 다른 점은 바로 접합부다. 원래 한옥을 지을 때는 연결하는 부재들이 서로 맞물리도록 깎은 뒤에 끼워 넣어서 조립한다. 하지만 종합연구동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보의 접합부에 철물을 댔다. 강도를 높이면서 효율적으로 건물을 시공하기 위해서다.

 국립산림과학원 재료공학과 이상준 박사는 “이번에 건설된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은 우리나라 목조건축 기술을 총집합해서 만든 결과물”이라며 “이를 토대로 2022년까지 10층 규모의 목조 아파트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나무로 건물을 짓는 건축가 엘로라 하디가 설계한 인도네시아 발리의 ‘Green School’ ⓒIBUKU
대나무로 건물을 짓는 건축가 엘로라 하디가 설계한 인도네시아 발리의 ‘Green School’ ⓒIBUKU

○ 나무 건축, 과연 안전할까?

 나무는 친환경 건축 재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다른 재료와 비교하면 약점도 있다. 건축가들 역시 이런 나무의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우선 나무를 건축 재료로 쓰기 위해서는 공기를 빼는 ‘압축’과 물을 증발시키는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분 함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공기를 빼서 압축하면 강도가 약 25% 높아진다.

 또한 나무는 중간 중간 가지가 뻗어나간 자리나 썩은 부분에 ‘옹이’가 생긴다. 옹이는 다른 부분에 비해 강도가 약하다. 이런 결점을 보안하기 위해 나뭇결을 수직 방향으로 연속해서 겹쳐 올린 뒤, 단단하게 붙여 만든 판을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만든 판은 콘크리트와 철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높아진다. 건축 재료용 나무는 일반 나무와 비교해 공기가 거의 포함돼 있지 않아서 불이 잘 붙지 않는다.

 지진이 나면 나무 건물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다. 지진이 일어나면 땅이 흔들리는데, 이때 건축물은 자체의 무게에 비례하는 힘을 받는다. 즉, 무거운 건물은 많이 흔들리고 가벼운 건물은 적게 흔들린다. 따라서 가벼운 나무로 지은 건물의 피해가 적다.

 2009년 일본에서는 6층짜리 나무 아파트로 지진 실험을 진행했다. 거대한 진동판 위에 아파트를 올려놓고, 실제 지진이 난 것처럼 40초 동안 마구 흔들었다. 이때의 충격은 규모 6.5∼7.3의 지진과 같은 세기였다. 실험 결과 나무 아파트는 벽에 살짝 금만 간 것 말고는 다른 이상이 없었다.
 
이혜림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ungnibi@donga.com
#수원#나무건축#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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