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절반 놀리는 한국GM… 생산 48% 초과달성한 르노삼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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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車업체 명암 갈랐다]파업 몸살 앓는 한국GM

한국GM노조 간부들이 9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본사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GM노동조합 제공
한국GM노조 간부들이 9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본사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GM노동조합 제공
지난해 1조 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낸 한국GM이 이달 들어 노조 파업으로 말리부 등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임금단체협상을 둘러싼 갈등 속에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앉는 대신 싱가포르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수뇌부를 만나는 ‘원정 투쟁’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한국GM 노조)는 11일 이후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달 첫째 주 여름휴가 일주일을 감안하면 이번 달 들어 평일 정상 근무를 한 날은 사흘에 불과하다. 회사 측은 이번 노조 파업으로 인한 신차 생산 차질 규모가 9000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말리부, 스파크 등 인기 차종의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서 한국GM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GM 관계자는 “부평 2공장의 경우 신형 말리부의 인기로 자연스럽게 잔업과 특근이 많아졌는데 이번 파업으로 다시 한번 공장 정상화가 멀어졌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자동차 내수시장 점유율 10% 달성 목표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GM 부평 2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13만 대이지만 지난해 생산된 차량은 6만5000여 대에 불과해 가동률이 50%에 그쳤다.

고임금과 노사 갈등 등의 영향으로 부평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는데도 노조 지도부는 GM해외영업본부(GMI)에 국내 생산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갈등→생산량 감축→생산량 증대를 요구하는 파업→실적 부진→생산량 추가 감축’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또 올해 임단협에서 월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 통상 임금의 40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5만9000원 인상, 일시금 600만 원 지급안도 거부했다.

한국GM 노조 지도부는 임단협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이유로 21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스테펀 저코비 GMI 사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번 출장의 목적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사측은 “이번 만남에서 특정 협상 안건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임단협 와중에 노조가 글로벌 본사 경영진과 직접 접촉한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독립 법인인 한국GM의 노사 협상 문제를 GM 본사에 전달하려는 것은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메리 배라 GM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일 방한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하고 부평공장을 방문한다. 방한 전까지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한국GM 노사 문제와 관련해 배라 회장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노사 함께 잘나가는 르노삼성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직원이 북미로 수출하는 닛산 로고의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직원이 북미로 수출하는 닛산 로고의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르노삼성자동차는 다음 달 1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QM6를 출시한다. 르노삼성은 22일 시작한 QM6 사전 예약에서 하루 만에 2057대가 판매됐다고 23일 밝혔다. 3월 SM6를 출시한 르노삼성이 한 해에 두 개의 신차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가 안정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400명 가까운 연구개발(R&D) 및 사무직 인력을 충원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014년 닛산 로그를 생산하면서 부산공장의 경쟁력과 품질 수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며 “이는 신차 SM6와 QM6의 양산 공정에도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를 생산하기 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연간 생산 대수가 2010년 27만 대에서 2013년 13만 대로 반 토막이 났고 2011∼2012년 40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봤다. 하지만 2014년 9월 로그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르노삼성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임금피크제 도입, 호봉제 폐지, 통상임금 자율화 등의 내용을 담은 무분규 노사 합의는 ‘화룡점정’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로서는 부산공장 노조 리스크에 대한 마지막 의구심을 지웠고 이는 로그 증산으로 이어졌다. 당초 연간 8만 대씩 5년간 생산키로 했지만 지난해 생산량은 목표치 대비 48%가 많은 11만8000대였다. 닛산은 여기에서 또 일본 규슈(九州) 공장 생산 물량 중 2만 대를 부산공장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송병무 르노삼성 인사본부장(전무)은 “글로벌 본사에서는 전 세계 생산기지 중 가장 생산성이 높고 리스크가 작은 곳에 물량을 더 줄 수밖에 없다”며 “원활한 노사 관계에 대한 본사의 신뢰가 생산량 확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올해에도 원활한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노조의 요구안을 놓고 본교섭 및 실무협상을 진행해 왔고 회사 측도 이르면 이번 주 협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송 본부장은 “지난해 노사 대타협을 이룰 당시부터 ‘중대한 시기에 생산라인만큼은 멈추지 말자’는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며 “올해도 ‘일을 하면서 협상한다’는 큰 원칙을 지키고 있는 만큼 곧 타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로그를 포함한 전체 차종 생산량이 25만 대에 이르고 내년에는 정점을 찍었던 2010년 실적을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의 부활은 부산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로그에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는 87개. 이들의 총매출액은 지난해 9000억 원에서 올해는 1조1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gm#르노삼성#노조#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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