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 바뀌어야 학교 성범죄 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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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성범죄 근절 위한 학교문화 개선 방안 연구

학교에서 성추행·성희롱 등 성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학교 특유의 ‘성범죄 친화적 문화’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학교 교무실의 가부장적 가치관, 서열주의 문화, 비합리주의 등 3가지 성범죄 친화적 문화를 극복해야 학교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의 ‘학교 성범죄 근절을 위한 학교문화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학교 특유의 성범죄에 친화적인 3가지 문화 때문에 학교에서 성범죄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서울시내 22개 중고교의 교사 1026명과 학생 14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초중고교에 재직 중인 전문상담교사와 생활지도부장, 학부모 등 17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했다.

○ 교무실의 가부장적, 순응적 문화가 문제

성범죄에 친화적인 첫 번째 문화는 학교 교무실의 가부장적인 가치관이다. 가부장적 가치관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우월하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연구진은 정의했다. 특히 관리자나 상급 교사가 이런 가치관을 가진 경우 학교가 성범죄에서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한 보건교사는 “학교에서 일부 관리자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여성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성폭력이 쉽게 발생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무실의 순응적 서열주의 문화가 두 번째 성범죄 친화적 문화로 꼽혔다. 서열주의로 인한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경우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잘못된 행동을 해도 문제제기를 하거나 대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교사가 승진을 위해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상급자에게 위임하는 태도 등이 성범죄와 관련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셋째는 교무실의 비합리주의다. 성 관련 문제가 발생해도 본인이 관련되지 않으면 회피하는 분위기가 일부 있다는 것. 또 술에 관대한 회식 문화도 교사들 간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 대상별 성범죄 예방 프로그램 마련해야

이 밖에 설문조사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는 성범죄에 대한 인식의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 ‘성적인 농담이나 가벼운 신체 접촉은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교사는 8.3%(매우 그렇다 0.7%, 그렇다 7.6%)였던 데 비해 학생들은 33.4%(매우 그렇다 11.1%, 그렇다 22.3%)에 달했다. 연구진은 “교사는 성적 농담이나 언행도 폭력으로 인식하는 것에 비해 학생은 장난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생에게 성범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학교에서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청문감시관 활성화, 멘토교사 지정제 등을 제안했다. 각 학교에 청문감시관 역할을 하는 교사를 두고 학교 내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 사고를 시도교육청에 공문으로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또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규 교사들에게 성범죄 관련 멘토교사를 지정하는 것도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 밖에 교사와 학생, 성별, 나이, 직급 등에 따라 성에 대한 인식 차가 있기 때문에 대상자에게 맞는 학교 성범죄 예방 프로그램 제공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학교 성범죄#성범죄 예방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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