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뒤덮은 제주조릿대, 벌채-말 방목해 없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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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생태계 변화에 인위적 개입 나서
구상나무, 주목 등 보전·복원 필요

세계 유일의 대단위 군락 특산식물인 한라산 구상나무가 원인을 모른 채 말라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이 보전과 복원정책을 위해 기술지원단을 발족했다. 지난달 신원섭 산림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구상나무 고사 현장을 찾아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산림청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세계 유일의 대단위 군락 특산식물인 한라산 구상나무가 원인을 모른 채 말라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이 보전과 복원정책을 위해 기술지원단을 발족했다. 지난달 신원섭 산림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구상나무 고사 현장을 찾아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산림청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한라산 생태계 변화 가운데 가장 큰 현안인 제주조릿대의 번성, 구상나무 고사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이 이뤄진다. 이들 생태계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된 만큼 인위적 개입이 타당하냐는 입장에 밀려 그동안 대응 방안을 논의만 하다가 최근 실행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귀중한 한라산 자연 자원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뜻이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한라산을 뒤덮고 있는 제주조릿대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실태 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이달 말 해발 1700m 장구목 일대 제주조릿대를 벌채하고, 해발 1600m 만세동산 주변 1만 m²에 말을 방목한다. 인위적인 벌채와 제주조릿대를 먹이로 하는 말의 방목에 따른 효과 등을 비교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2020년까지 연구 활동을 진행한다.

제주조릿대 번성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진 데다 제주조릿대를 먹어치우던 소와 말의 방목이 1980년대 중반부터 금지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제주조릿대를 억제하기 위해서 말 방목을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어미 말 1마리를 1개월 동안 방목하는 데 필요한 제주조릿대 면적은 1만 m²가량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제주조릿대는 30여 년 전까지 해발 600∼1400m에 드문드문 분포했지만 지금은 국립공원 153.3km²의 90%를 잠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조릿대는 줄기뿌리가 땅을 단단히 움켜쥐면서 번식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한다. 지표면을 단단히 고정시키기 때문에 토양 붕괴와 침식을 막아 주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라산 멸종위기 식물 100여 종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한국 특산 식물인 한라산 구상나무는 제주조릿대 때문에 씨앗이 발아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고 기후 변화로 대량 고사하고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피라미드 형태로 곧게 펴진 형상을 가진 구상나무는 해외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쓰인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에서 유통되는 구상나무 원예 품종 31개를 분석한 결과 모두 한라산 구상나무가 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 해발 1300m 이상 고지대 52곳에 분포하고 있다. 대단위로 군락을 이룬 것은 세계적으로 제주도가 유일하지만 숲 절반이 말라죽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를 비롯해 주목, 눈향나무 등 한국 고유 침엽수종의 보전과 복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멸종위기 침엽수종의 보전 및 복원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생태·적응, 유전·생리, 보전·복원 등 3개 실행 분과로 짜여진 기술지원단을 발족시켰다. 2018년까지 멸종위기 침엽수종 현황에 대한 전국 조사를 완료하고 위치정보와 생육 상태 등을 자료화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부분적인 시험과 연구를 통해 제주조릿대 제거, 구상나무 후계목 인공 식재 등이 추진되기는 했지만 체계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했다”며 “특산 자생식물이 사라지고 구상나무가 말라죽는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한라산 자연자원 보전을 위해 최소한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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