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송박사의 술~술 경제]임금피크제는 왜 필요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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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은퇴하는 나이를 정년이라고 하지요. 정년이 올해부터 60세로 늘어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란 근로자가 은퇴할 나이가 가까워 오면 일을 계속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입니다. 고령자들이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하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임금피크제의 장점입니다.

임금피크제가 필요한가를 판단하려면 먼저 임금이 뭔지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직업이나 직장별로 받는 임금이 다릅니다. 임금은 일정 기간 행해진 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더 오랜 시간 일을 하고도 적은 임금을 받게 되면 부당하게 느껴지겠죠. 또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지금 받고 있는 임금이 충분한 보상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특정한 노동에 대한 임금 수준의 결정은 그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특정 노동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에 비해 공급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면 그 노동에 대한 임금은 높아지겠지요. 예를 들어 드론 택배를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되면 드론 기술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기술자의 수는 한정돼 있어 임금이 상승하게 됩니다. 기술과 전문성이 뛰어나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높은 생산성을 가진 근로자들도 찾는 곳이 많아 높은 임금을 받습니다.

반면 특정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의 경우 종사자가 높은 임금을 받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생활이 풍족해질수록 험한 일을 하는 업종을 회피하는 경향이 생겨 특별한 기술이나 높은 생산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업종의 경우도 임금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임금은 특정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조건에 의해 결정됩니다. 특히 생산성은 임금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고 생산성이 높을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 청년 세대들은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스펙으로 무장해 취업시장에 나오지만 예전에는 주로 직장에서의 경험과 훈련으로 근로자의 생산성이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직무나 성과가 아닌 직장에서의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 수준이 결정되는 방식이 큰 문제를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직장을 오래 다닌 근로자들이 다년간의 경험과 훈련에 의해 생산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창의성과 전문성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학력의 청년들이 대규모로 취업전선에 나오는 상황에서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방식은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오랜 기간 회사를 다닌 근로자들이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게 되는 비효율적인 임금체계는 기업들의 비용을 증가시켜 생산성이 높은 청년들의 채용조차 꺼리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까지 법적으로 연장되면서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이 커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생산성이 반영되는 임금체계가 필요하지만 당장 일자리를 갈구하는 청년들을 위해 임금피크제라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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