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학습지, 폰 뺨치는 위약금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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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에 사는 초등생 학부모 김모 씨(39·여)는 1월 한 교육업체의 스마트기기 활용 학습지 상품에 가입했다. 24개월 약정에 태블릿PC까지 함께 구매해야 했지만 자녀를 위해 거금 163만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1학년 아들은 태블릿PC 사용을 어려워했고 동영상 문제풀이 내용도 예상과 달랐다. 결국 두 달 만에 상품을 중도 해지하기로 한 김 씨에게 업체는 스마트기기 값 70만 원과 위약금 40만 원까지 총 110만 원을 물렸다.

스마트기기로 학습 효율을 높인다는 스마트러닝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학습지 업체들이 약정 할인을 미끼로 소비자들을 모집한 뒤 중도 해지하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수십만 원의 위약금까지 물려 불만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1, 2학년 자녀를 둔 이모 씨(37·여)도 김 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두 자녀를 위해 김 씨와 같은 업체의 스마트 학습지를 신청하면서 태블릿PC 두 대를 구매했다. 매달 일정액을 갚아 나가는 조건으로 상품에 가입한 지 11개월 후 태블릿PC 두 대가 다 고장 나 이 씨가 계약을 해지하려 하자 업체는 남은 기기 값에 위약금 38만 원을 붙여 1인당 74만 원을 청구했다. 총 150만 원에 육박하는 위약금 부담 때문에 아직 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 씨는 “고장 난 기기를 그대로 사야 하는 판에 수십만 원의 위약금까지 물리는 건 지나치지 않으냐”며 “계약 당시 위약금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는데 제대로 알았더라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 이들처럼 스마트 학습지 계약을 해지하려다 ‘위약금 폭탄’을 맞았다는 게시 글이 20건 이상 올라와 있다. 실제로 교원 등 4개 학습지 회사의 스마트러닝 상품을 이용하려면 학습지와 결합 상품으로 묶인 태블릿PC를 사야 한다. 또 업체들은 할인 혜택이 있다며 약정 가입을 강제하지만 중도 해지하면 가입 때 적용됐던 할인이 사라진다. 결국 소비자들은 기기 값을 정가대로 물어내고 남은 할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한 업체는 기기 값에까지 따로 위약금을 물린다. 이 업체 측은 “통신사 단말기 보조금 지원, 통신비 할인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약정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할인된 금액으로 스마트기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60만 원대에 파는 태블릿PC는 인터넷에서 똑같은 모델을 30만 원대에 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도 해지를 할 때 낭패 보지 않으려면 위약금 규모까지 정확히 알고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약관에 위약금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다면 구제받기 어렵다”며 “업체는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하고 소비자들 또한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스마트학습지#위약금#스마트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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