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 말만 듣고 10년간 자녀 학대한 母…흉기 위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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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16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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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한 남매가 무속인에게 빠져 사는 엄마에게 10년간 상습적인 무자비한 학대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서에 따르면 A 양(17)과 B 군(23) 남매는 지난달 경찰서를 찾아 엄마 C 씨(47)와 함께 사는 무속인 D 씨(40 ·여)에게 상습적으로 학대와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남매의 진술에 따르면 10여 년 전 남편과 이혼한 C 씨는 함께 살던 무속인 D 씨의 말을 맹신했다. D 씨가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한다고 하면 C 씨는 아이들을 북채 등으로 마구 때렸다. 아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여자친구를 만난다며 발바닥과 허벅지 등을 때렸고 심지어 B 군은 학교를 그만두게 했다. A 양이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이유로 가위로 머리를 잘랐다.

엄마 C 씨는 무속인 D 씨의 말은 무조건 믿고 따랐다고 한다. C 씨는 D 씨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대했다고. 무속인 D 씨가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한다”, “귀신이 씌였다”라고 말하면 C 씨는 흥분해 남매를 폭행했고 굿을 할 때 사용하는 흉기 등으로 위협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 번은 D 씨는 남매가 보는 앞에서 C 씨를 발가벗겨놓고 흉기로 위협하며 일종의 퇴마의식도 치룬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몸에 들어온 귀신을 내쫓는다며 남매의 옷을 벗기고 체모를 자르는 엽기적인 행각도 벌인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엄마와 D 씨에게 갖은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남매는 이를 견디다 못해 지난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남매를 일단 보호시설에 격리하고 엄마와 D 씨에게는 100m 이내 접근금지 조치를 취했다. 만약 엄마와 D 씨가 접근하면 버튼만 눌러도 바로 신호가 전송되는 스마트워치도 지급했다.

엄마 C 씨는 “교육차원에서 때렸고 무당이 아이들이 생명줄이 짧다고 해서 관련 의식을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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