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홍창의]사고뭉치 원주~강릉 철도… 안전대책 서둘러 재검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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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경영대 교수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경영대 교수
올 1월 말 강원 강릉시 성산면 원주∼강릉 복선철도 건설 현장에서 대형 아치형 교량이 4차로 도로 위로 무너져 내린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한 달이 지나서야 1차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고 당일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아치형 교각의 횡단 구조물이 수축되고, 기둥 구조물 강재도 영향을 받아 붕괴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기온 탓이었다는 말이다. 부실 공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연구 결과를 3월 말에 발표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때가 지나도 정확한 사고원인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원인 분석이나 사고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재공사를 시도하고 있다. 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붕괴된 교량은 당초 아치형 디자인이었는데 갑자기 일자형 단순 교량 디자인으로 변경키로 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지역주민들과 마찰까지 빚고 있다는 것이다.

교량 디자인을 일자형으로 변경할 경우 교각의 수가 더 늘어나게 되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교량 밑에 있는 도로는 기형으로 변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하천 바닥에 교각이 놓일 경우 홍수 피해를 더 크게 만들 우려가 있다.

이 노선의 횡성역과 둔내역 건설도 혐오감과 위압감을 주는 시설로 전락하고 있으며, 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군 횡계리에서는 아예 알펜시아역 건설을 취소해 버렸다. 대관령을 넘어 신강릉역까지도 강릉 남대천을 건넜다가 도심지에서 다시 남대천을 도로 건너오는, 빙빙 도는 노선을 채택해 빈축을 사고 있다.

경부고속철도의 나쁜 선례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는 잘못된 설계로 1조3000억 원이라는 국가 예산을 낭비했다. 22년이 지난 오늘에도 철도 설계는 늘 제자리다. 왜 터널과 교량 길이를 마구 늘려 건설비용을 부풀리는 일에만 몰두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최근 공개된 신강릉역 설계에도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강릉역사 설계안은 태풍과 폭설을 고려하지 않았고 폭발물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유리로 된 상층의 벽이 대형 인명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소방대 진입구와 피난 동선이 중첩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강릉역사 외부에서도 대중교통 환승을 위해 대로를 가로질러야 하는 등 교통사고의 위험을 증폭시키는 잘못된 설계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2018년 겨울올림픽 개막에 맞추기 위해 공사를 이런 식으로 졸속 진행한다면 시간당 200km 이상 달리는 열차가 교량에서 탈선하거나 폭설로 강릉역사 지붕이 무너지는 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고 공화국의 불명예를 벗는 안전한 철도를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한다.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경영대 교수
#원주~강릉 복선철도#재공사#교량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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