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高 진학생 국영수 학업성취도, 中3 때보다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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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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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유형별 학업성취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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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의 ‘서울형 혁신학교 성과평가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이 2012년 중학교 3학년이었다가 2014년 고교 2학년이 된 서울지역 학생 2915명을 대상으로 고교 유형별 학업성취도를 ‘이중차이분석’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서 보인 학업성취도 수준이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차이분석은 특정 기간 동안 학생들을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나눠 정책의 효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분석 모형이다. 학생들이 상급 학교에 진학함으로써 변화한 순수한 학교 교육의 효과만 분석하기 위해 연구팀은 학생의 성별, 가구 월평균 소득, 학교에 대한 만족도, 교사와의 관계 등은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이 결과 일반고로 진학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수준은 중학교 3학년 때보다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살리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반고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나 핵심 역량(창의력, 자존감, 대인관계 등)에 대한 교육효과를 보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일반고는 대학 진학 가능성이 있는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입시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다수 학생들의 역량 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자사고와 특목고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진학했을 때 국어 영어 수학 학업성취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높다는 것이 아니라 이 학교들이 교육을 통해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학교 유형 중에는 자사고에 비해 특목고가 학교 교육으로 인한 학업성취도 향상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학업성취도 측면에서 자사고와 특목고에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할 뿐 아니라 이 학교들은 학생들의 수월성 교육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혁신고와 자율형공립고에 진학한 경우에는 학업성취도를 상승시키는 데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업성취도와 별개로 학생들의 핵심 역량 측면에서는 혁신고가 다른 유형의 학교에 비해 인지역량(학습능력, 창의력)과 개인적 역량(자존감, 자기관리능력, 성장에 대한 욕구)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시교육청이 예산 지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혁신학교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보다 일반고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소수의 혁신학교가 성과를 보인다고 해도 교육의 근간인 일반고가 중심으로 자리 잡지 못하면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일반고#학업성취도 조사#일반고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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