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개사-변호사 ‘밥그릇 싸움’, 소비자 편익 안중에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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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공승배 변호사(트러스트부동산 대표)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그제 검찰에 넘겼다.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든 변호사를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 업무에 변호사가 들어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위법하지 않다”고 맞섰다. 2조 원대 부동산 중개시장을 놓고 변호사와 중개사 간 전면전이 시작된 것이다.

인수합병(M&A) 전문가인 공 변호사는 1월 부동산 중개업체를 창업하면서 “드는 노력은 같은데 집값에 따라 비싸지는 중개 수수료는 비합리적”이라며 ‘상한 99만 원’을 내걸어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다. 공인중개사들은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경영이 힘든 판에 변호사들이 끼어드니 분통이 터질 것이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복비에 소비자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특히 부동산 중개에 따른 피해는 주로 서민층에 집중된다. 4억 원짜리 집을 팔면 수수료(0.4%)가 160만원인데 전세 때도 같은 금액을 내야 한다. 2년 단위로 수수료를 내야 해 이사도 주저하게 만든다. 집값과 전셋값이 치솟는 바람에 수수료도 덩달아 올라 전세가 매매 수수료를 훌쩍 넘는 일까지 생겼다. 서비스의 질은 그대로인데 중개 수수료만 오르는 것도 문제다.

변호사와 중개사 간 다툼은 우버(차량공유 서비스)와 에어비앤비(숙박공유 사이트)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불거진 기존 택시나 숙박업계 간 갈등과 흡사하다. 트러스트 측도 “정보기술(IT)과 변호사의 전문성을 결합한 부동산 중개서비스”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휴대전화 앱이나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빈번하다. 오프라인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대변혁을 일으키는 도도한 변화의 물결을 진입장벽으로 막을 순 없다. 국내에서 불법인 우버는 벌써 59개국 300여 도시로 확산됐다.

‘업역(業域) 갈등’은 소비자 이익과 직결된다. 결코 기존 법률의 잣대로만 재단해선 안 된다. 국토교통부는 수수방관하다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게 탄력적으로 갈등을 조정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파괴적 혁신자’와 기존 업체 간 갈등을 당국이 유연하게 조정하되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산업의 개화를 막는 진입장벽부터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바로잡습니다]

◇7일자 A31면 사설 ‘중개사-변호사 밥그릇 싸움, 소비자 편익 안중에 없다’에서 4억 원짜리 주택 전세 수수료는 0.8%가 아닌 0.4%이고,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의 요건을 충족하는 오피스텔의 경우 최대 수수료는 0.9%가 아닌 0.5%입니다.
#공인중개사법 위반#공승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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