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경마장에 꽃꽂이 배우러 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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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없는 월∼목요일 문화센터 활용

한국마사회가 기피시설로 인식되던 전국 마권 장외발매소 30곳을 ‘문화공감센터’로 바꿔 개방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강남의 꽃꽂이 강좌.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가 기피시설로 인식되던 전국 마권 장외발매소 30곳을 ‘문화공감센터’로 바꿔 개방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렛츠런 문화공감센터 강남의 꽃꽂이 강좌. 한국마사회 제공
14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시민로(가능동) 한국마사회 ‘문화공감센터 의정부’ 2층.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강의실 안에 가득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읽어주는 동화에 귀를 쫑긋 세우며 까르르 웃다가 어떤 대목에선 진지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뒤뚱뒤뚱 걷다 넘어지는 아이, 탬버린 등의 악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이, 엄마 옆에 꼭 붙어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을 빤히 쳐다보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15∼22개월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발달에 적합한 놀이를 통해 신체·인지능력,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마사회가 지원하는 통합놀이 수업의 한 장면이다.

원래 이곳은 경마장에 가지 않고 마권을 산 뒤 중계화면을 보면서 경마를 즐기는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다.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경마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높고 민원이 끊이지 않아 장외발매소는 대표적인 기피시설이었다.

하지만 2년 전 취임한 현명관 회장은 ‘렛츠런(LetsRun·세상을 향해 함께 달려간다) 혁신경영’을 선포하고 나눔과 상생을 강조했다. 이때부터 장외발매소는 ‘문화공감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경마가 없는 월∼목요일은 시설을 개방해 주민들의 ‘놀이터’ 역할을 한다.

문화공감센터 의정부(1만5000m²)도 리모델링을 통해 2014년 11월 다시 태어났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백화점 문화센터와 다를 바 없다. 지역주민 16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70여 개에 이르는 강좌에 하루 300∼400명이 참석한다. 가격도 한 달에 3000∼1만 원 정도로 부담이 없다. 주변 가능2동, 의정부2동 주민은 1개 강좌는 무료이고 의정부 시민은 수강료 절반을 깎아준다.

깔끔하게 꾸민 1층 카페 ‘마음 쉼터’는 강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수강생이나 보호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실버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 가격은 일반 커피전문점의 반값 수준. 어린이도서관(64m²) 키즈카페(38m²) 헬스장(64m²) 전시장(170m²) 강의·회의실 등도 미리 신청하면 사용할 수 있다. 주부 임수정 씨(35)는 “집이 가까워 아들과 자주 찾는다”며 “시설이나 수준이 백화점 못지않은 데다 비용 부담이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마사회의 문화공감센터는 전국적으로 30곳에서 운영된다. 현재 900여 개 강좌, 2만6000여 명이 회원이다. 지난해 연간 누적 이용자가 7만 명이 넘는다. 승마교실, 천연 화장품 만들기, 꽃꽂이, 노래교실, 한국무용 등 선택의 폭도 넓다. 3개월 단위의 학기제 개념을 도입한 뒤 목표를 설정해 동기를 부여한 것도 긍정적이다. 장유진 문화공감센터 의정부 센터장은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주기 위해 주민 참여형 복합문화센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화상경마장#꽃꽂이#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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