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시민로(가능동) 한국마사회 ‘문화공감센터 의정부’ 2층.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강의실 안에 가득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읽어주는 동화에 귀를 쫑긋 세우며 까르르 웃다가 어떤 대목에선 진지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뒤뚱뒤뚱 걷다 넘어지는 아이, 탬버린 등의 악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이, 엄마 옆에 꼭 붙어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을 빤히 쳐다보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15∼22개월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발달에 적합한 놀이를 통해 신체·인지능력,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마사회가 지원하는 통합놀이 수업의 한 장면이다.
원래 이곳은 경마장에 가지 않고 마권을 산 뒤 중계화면을 보면서 경마를 즐기는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다.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경마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높고 민원이 끊이지 않아 장외발매소는 대표적인 기피시설이었다.
하지만 2년 전 취임한 현명관 회장은 ‘렛츠런(LetsRun·세상을 향해 함께 달려간다) 혁신경영’을 선포하고 나눔과 상생을 강조했다. 이때부터 장외발매소는 ‘문화공감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경마가 없는 월∼목요일은 시설을 개방해 주민들의 ‘놀이터’ 역할을 한다.
문화공감센터 의정부(1만5000m²)도 리모델링을 통해 2014년 11월 다시 태어났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백화점 문화센터와 다를 바 없다. 지역주민 16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70여 개에 이르는 강좌에 하루 300∼400명이 참석한다. 가격도 한 달에 3000∼1만 원 정도로 부담이 없다. 주변 가능2동, 의정부2동 주민은 1개 강좌는 무료이고 의정부 시민은 수강료 절반을 깎아준다.
깔끔하게 꾸민 1층 카페 ‘마음 쉼터’는 강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수강생이나 보호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실버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 가격은 일반 커피전문점의 반값 수준. 어린이도서관(64m²) 키즈카페(38m²) 헬스장(64m²) 전시장(170m²) 강의·회의실 등도 미리 신청하면 사용할 수 있다. 주부 임수정 씨(35)는 “집이 가까워 아들과 자주 찾는다”며 “시설이나 수준이 백화점 못지않은 데다 비용 부담이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마사회의 문화공감센터는 전국적으로 30곳에서 운영된다. 현재 900여 개 강좌, 2만6000여 명이 회원이다. 지난해 연간 누적 이용자가 7만 명이 넘는다. 승마교실, 천연 화장품 만들기, 꽃꽂이, 노래교실, 한국무용 등 선택의 폭도 넓다. 3개월 단위의 학기제 개념을 도입한 뒤 목표를 설정해 동기를 부여한 것도 긍정적이다. 장유진 문화공감센터 의정부 센터장은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주기 위해 주민 참여형 복합문화센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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