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지카보다 무서운 ‘이기심 바이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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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르헨티나 해변 모래사장에 새끼 돌고래가 떠밀려 왔다. 사람들이 몰려와 돌고래를 만지고 셀카를 찍느라 법석을 떨었다. 돌고래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이 가여운 돌고래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에만 서식하는 라플라타종으로, 3만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었다.

▷지난주 멕시코 방문 도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소천사’에서 ‘버럭 교황’으로 변신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모렐리아 시에서 군중의 손을 일일이 잡고 인사하는 교황의 소맷자락을 한 시민이 거칠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팔순의 교황이 휠체어를 탄 소년 위로 넘어질 뻔했다. 교황이 나눠주는 묵주를 챙겨갈 생각에 물불 안 가리고 돌진한 것이었다. 평소 인자하기로 소문난 교황은 아이가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엄한 표정으로 두 번이나 외쳤다. “Don‘t be selfish(이기적으로 행동하지 말라)!”

▷미국 뉴욕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저서 ‘인간의 품격’에서 이렇게 현대를 진단했다. ‘그 누구도 나보다 나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 또한 누구보다 나은 것이 아니다’라는 겸양의 문화에서 ‘내가 이루어낸 것을 보라. 나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다’라고 외치는 자기광고의 문화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브룩스는 셀프 과잉에 빠진 ‘빅 미(Big me)’보다 내면 성숙을 중시하는 ‘리틀 미(Little me)’의 가치를 주목할 이유를 일깨워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삶은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외부 감염이 아니라 자체 발생이란 점에서 지카보다 무서운 신종 바이러스가 지금 지구촌을 떠돌고 있다. 그 이름은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자기애(自己愛) 바이러스다.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중력파를 관측하는 시대가 왔지만 인간 내면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어린 돌고래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셀카를 찍고, 내 욕심만 앞서 몸이 불편한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셀프과잉’의 시대. ‘돈트 비 셀피시’라는 외침이 절절하게 들리는 이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이기심#프란치스코#데이비드 브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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