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인회생’ 서민 울린 3각 커넥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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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명의 대여… 브로커는 기업형 영업… 대부업체는 수임료 대출
인천지법, 72명 철퇴… 실태보니

거물 법조 브로커 김모 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개인회생을 신청하러 온 의뢰인 한 명당 60만∼295만 원을 받는 식으로 총 1661명에게서 22억여 원의 수임료를 챙겼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의 변호사 명의를 대여받아 법무법인 사무실에 개인회생팀을 꾸려 운영했다. 김 씨는 그 대가로 매월 1000만∼3000만 원을 변호사에게 지급했다. 인천지법은 김 씨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 추징금 15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다른 브로커도 5년 5개월간 서초동 법무법인 사무실 소속 변호사 명의를 빌려 자신이 직접 직원을 고용하는 방법으로 총 1495건의 회생파산 사건 등을 처리해 19억4383만여 원을 벌었다. 그는 변호사들의 명의를 빌리는 대가로 매월 200만∼400만 원, 개인 회생 파산사건은 건당 10만∼16만 원을 변호사들에게 줬다. 이런 혐의로 인천지법에서 처벌받은 법조 브로커는 45명에 이른다. 이들이 불법으로 벌어들인 돈은 모두 185억여 원에 이른다.

인천지법이 최근 변호사나 법무사 자격도 없이 사건을 맡아 많게는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챙긴 ‘법조 브로커’들과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 등 72명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법원이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변호사를 처벌한 사례로 서울 대전 등 다른 지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법이 지난해 말부터 올 1월까지 이들에 대해 선고한 37개 판결문을 보면 변호사 20명에게는 집행유예 1∼2년을, 법조 브로커 45명은 징역 2년에서 벌금형까지, 대부업자 2명은 실형을, 법무사 5명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적법하고 공정한 직무 집행을 위해 검증된 자격을 요구하는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므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돼 변호사법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게 되면 그 유예 기간이 경과한 후 2년이 지날 때까지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법조 브로커들이 수십억 원을 버는 과정에서 개인회생 등을 신청하는 의뢰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브로커 범죄를 조장한 대부업체의 실상도 처음으로 드러났다. 2명의 대부업자가 브로커 소개로 온 의뢰인에게 빌려준 액수만 총 218억여 원이나 된다.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 대부업을 운영하는 신모 씨는 법조 브로커 중 핵심인 김 씨의 의뢰인 1342명에게 개인회생 등 사건 수임료 명목으로 약 18억 원을 대출하는 등 총 8591명에게 수임료 명목으로 118억여 원을 대출해 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변호사법 위반 행위가 대규모로 이뤄지도록 조장해 죄질이 좋지 못하다”며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공공성을 가진 법률 전문직인 변호사들도 브로커의 유혹에 예외일 수 없었다. 20명 규모의 한 법무법인은 대표 변호사 등 상당수 변호사가 법조 브로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받았다. 인천지법은 변호사법을 위반한 변호사 20명에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변호사 단체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와 브로커, 대부업체까지 결탁된 법조 비리가 판결을 통해 드러나 충격적”이라며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변호사들부터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개인회생#대부업체#법조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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