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당진 ‘송전탑 갈등’ 결국 법정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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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철탑 포화… 더이상 설치 안돼”, 변환소 건축허가 1년째 거부
한전 “연간 손해액 1210억원 예상”… 市長 등 상대로 10억 손배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변환소(직류 전기와 교류 전기를 바꿔 송전하는 장치)의 건축허가를 둘러싸고 격화돼온 한국전력과 충남 당진시의 갈등이 소송으로 번졌다.

한전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건축허가를 당진시가 1년째 막아 사업이 지연돼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당진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당진시는 주민들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위해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건축허가라는 수단을 이용해 국가 사업에 발목 잡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4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달 27일 김홍장 당진시장, 정병희 부시장 등 관련 공무원 5명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건축허가신청 반려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당진시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한전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될 경우 4200억 원을 투자한 설비를 쓰지 못한 채 발전 단가가 높은 발전기를 따로 가동해야 해 연간 1210억 원의 손해가 생긴다”며 “손해배상액을 우선 10억 원으로 청구했지만 추후 청구 취지를 변경해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준공을 목표로 당진시 송악읍 부곡리에 건설될 북당진 변환소는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충남과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다. 특히 2017년 말 평택에 완공되는 삼성 반도체공장 등의 전력 공급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고덕산업단지는 1단계 투자비만 15조6000억 원에 이르고, 41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5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대형 사업이다.

한전은 지난해 11월에 변환소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당진시는 주민과의 협의가 부족하다며 반려했다. 한전은 변환소 주변 지역 1.57km 이내 6개 마을 주민들과 협의해 민원을 처리한 뒤 올해 4월 말 건축허가를 재신청했다. 하지만 당진시는 시내 모든 송전선로를 지하에 매립(지중화)할 것을 요구하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한전은 8월 충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결정이 유보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평택시 인근 민간 발전소에 임시 대체시설을 건설해 고덕산업단지의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기존 전력공급 루트에 문제가 생기면 경기 남부지역에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손실액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진시는 지역민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위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시내에 이미 526개의 송전탑과 189km의 송전선로가 건설돼 주민 건강에 위협이 되고 지역 발전이 저해받고 있다”며 “한전이 평택시 구간은 도시지역이라는 이유로 지중화를 추진하면서 당진시 구간은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건축허가는 법적 요건만 맞으면 내줘야 하는 사안이라 지자체가 건축허가를 막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당진시가 반대하는 이유가 당진-평택 간 매립지 관할을 둘러싼 분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적법성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지자체장의 최후의 무기가 건축허가밖에 없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 당진=지명훈 기자
#송전탑#한전#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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