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연간 독서·진로활동 선생님과 꼭 공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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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고1·2 학생부 관리 ‘골든타임’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교생활기록부를 입력하는 모습.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교생활기록부를 입력하는 모습.
12월, 곧 있을 기말고사를 끝으로 한 학년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고1·2의 대학 진학 가능성을 넓혀줄 ‘골든타임’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학년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입력이 내년 2월 마감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학생의 평소 학교생활에 대한 평가를 반영한 학생부중심전형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에서 학생부중심전형(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인원의 비중은 2015학년도 55.0%, 2016학년도 57.4%, 2017학년도 60.3%로 계속 늘고 있다.

비교과 영역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대학 합격의 당락을 가르는 핵심 요소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내신 성적은 대체적으로 우수해 교과영역에서의 점수 차가 크지 않기 때문. 비교과 영역에는 △진로희망사항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독서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여러 항목에 걸쳐 담당 교사가 오랜 시간 학생을 관찰하고 파악한 내용이 담긴다.

그러나 실제로 학생부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고교 현장에서는 담당 교사가 학생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

교사 1명이 학생부 100개 이상 관리하기도

비교과 영역은 실제 학생이 체험한 사례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게 된 배경 △활동 내용 △활동 이후 달라진 점 △진로에 미친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할수록 대학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교사가 자신이 맡은 모든 학생의 학생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담임교사뿐 아니라 동아리담당교사, 교과목담당교사도 자신이 맡은 학생에 대한 평가를 학생부에 입력할 수 있어 극단적인 경우 한 교사가 학급학생, 담당동아리학생, 담당교과목학생 등 100명이 넘는 학생의 학생부를 관리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학생부에 입력할 내용을 직접 써 제출하게 한 뒤 교사의 검토를 거쳐 그 내용이 학생부에 올라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학생, 학부모들은 비교과를 관리해주는 사교육 업체에 수십만 원을 주고 작성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비교과컨설팅업체 관계자는 “‘500자 내로 짧게 입력해야 하는 항목에 어떤 것을 쓰고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작성을 의뢰하는 고교생이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학생부 입력 마감을 코앞에 둔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주일 안에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해 시간부족을 하소연하는 학생도 있다. 2학년 여고생 A 양은 “1학년 때 교과학습발달상황과 과목별 독서활동상황은 담당교과선생님에게,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과 공통독서활동상황은 담임선생님에게 일주일 안에 써서 제출해야 했다”면서 “그때 학생부의 중요성을 몰라 대충 써서 낸 친구가 있었는데, 그 내용이 그대로 학생부에 올라갔고 학년이 지나 수정을 못해 난감해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학생부 잘 써주는 선생님 따라 동아리 가입

교사에 따라 비교과 영역 작성에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어 고민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의 장점과 진로에 맞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하는데, 관찰한 내용이나 표현방식에 따라서 내용에 질적인 차이가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2학년 여고생 B 양은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적지 않은 학생의 학생부를 엇비슷한 내용으로 기입해주어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보다는 ‘학생부를 잘 써주는 선생님’을 따라 동아리를 선택하는 일도 벌어진다. 동아리담당교사는 학생이 어떤 동아리를 가입하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기 때문. 서울 한 일반고의 동아리 담당 교사는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1학년 말에 학생부를 출력해보고 평가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2학년 때 동아리를 바꾸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근거자료 만들고 교사와 공유해야

학생부 비교과 영역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비교과 활동에 대한 내용을 자료로 남기고 교사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입시에 대해 잘 모르는 고1때 비교과 항목이 허술하게 방치되는 일이 많다.

이섬숙 에듀비교과연구소 소장은 “고교생활 내내 수백 권의 책을 읽은 한 고교생은 그 활동 자료를 하나도 남기지 않아 학생부의 독서활동항목에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면서 “학생 스스로 비교과 활동에 대한 근거자료를 만들고 꼭 선생님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의 비교과 활동을 학생 스스로 평소 관리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든 학교도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일반고는 진로 체험, 토론활동 같은 교내행사를 한 후에는 활동내용, 느낀 점, 진로설정에 미친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기입하도록 하는 활동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작성하도록 하는 것. 교사들은 이렇게 축적된 활동지를 기반으로 수시로 관찰일지를 작성해 학생부에 반영한다.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는 학년마다 비교과담당교사를 두고 교사들이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다양한 자문을 비교과담당교사에게 구할 수 있도록 한다. 이효정 배화여고 교사(진로진학 담당)는 “교사들이 학생부를 기록하기 전 비교과담당교사의 자문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입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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