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감동 부족한 ‘만리장성 프로젝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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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경북도가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하는 ‘만리장성 프로젝트’를 보면 “이렇게 해서 되겠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올해 3월 조직 개편과 함께 시작했지만 6개월을 살펴보면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을 활용해 8월 8일을 중국인 관광객의 날로 정하고 며칠 전 첫 행사를 열었지만 호응이 별로 없다. 지자체마다 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나서는 마당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잡다하게 엮어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만리장성 프로젝트’라는 정책 명칭부터 뻔하고 밋밋하다. 만리장성은 중국을 상징하는 말이지만 역사적 배경은 북방 유목민을 막기 위한 거대한 토목공사의 결과물이다. 문명교류사 차원에서 보면 만리장성은 단절과 폐쇄, 고립의 상징이기도 하다. 교류와 개방의 상징인 실크로드의 낙타보다 상징성이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경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지은 명칭 같다.

‘추로지향 프로젝트’라는 명칭이 훨씬 나을 수 있다. 추로지향(공자와 맹자의 고향을 가리키는 말)이 경북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퇴계 이황 등 경북의 풍부한 유학 전통은 한중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다.

경북에 발달한 철도 교통을 활용해 ‘추로지향 인문열차’를 운행한다고 치자. “경북에서 추로지향 열차를 타보면 예의염치를 아는 사람이 된다”고 알리면 국내외에서 독특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게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가능한 발상의 전환이요 차별화이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 프로젝트의 기본 방향도 더 깊이 고민해야 하겠다. 우리가 외국 여행을 할 때 현지에서도 꼭 한국인이 좋아하는 것을 원할까. 중국인은 8자와 빨간색을 좋아하는데 그런 것을 꼭 경북에 와서도 느끼도록 하는 게 해외여행이나 관광의 즐거움일까.

중국에서 겪을 수 없는 콘텐츠를 한국의 경북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유쾌하게 체험하는 게 ‘하나라도’ 있어야 진정한 경쟁력이다. 만리장성 프로젝트가 용두사미 같은 빈 수레가 되지 않으려면 중국인 관광객 이전에 이 프로젝트가 경북과 국내에서 설렘과 기대, 호기심과 매력을 주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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