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인문학 투자해야 선진국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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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행복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위행복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우리 화장품이 각광받고 있는데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겠는가? ‘한류’가 형성시킨 ‘한국 미인’의 이미지가 결정적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는 필자가 중국인들과 접하면서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상품 자체의 질 못지않게 생산국의 이미지가 중요하고, 국가브랜드는 문화적 요소에 크게 좌우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은 ‘인문 올림픽’의 슬로건을 내세워 자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했는데 국가브랜드를 높이려면 그 무형적 요소의 원천적이고 핵심적 자리에 있는 인문학의 지원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과학입국’의 시책이 오늘의 한국 건설에 크게 공헌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물신숭배 가치관의 팽배가 야기한 문제점 또한 도처에서 확인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은 우리의 인문학 중흥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지닌 국민이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삶에 임하는 우월한 사회로 가려면 인문학을 먼저 되살려야 한다.

창조경제의 대두도 인문학의 중흥을 요구하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이 창조경제의 불가결한 요소라면 인문역량을 국가 차원에서 키움으로써 미래형의 융합적 인재를 배출할 제도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이제는 인문사회 분야에 투자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과학기술 분야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하고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창조경제 시대를 준비하는 방책이다. 또한 중등교육 과정에서는 명실상부한 문·이과 통합교육이 실현되어야 하고 대학에서는 모든 학생들로 하여금 인문적 소양을 함양토록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을 거점으로 한 자율적이고 다양한 구상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의 연구가 인문학 콘텐츠의 원천이고 대학 교육이 그 사회적 확산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의 인문학은 붕괴 위기에 방치되었고 인문학의 원천적 고갈조차 우려할 정도에 이르렀다.

2015년 한국의 연구개발(R&D) 예산 총 18조9000억여 원 중 18조1296억 원이 모두 과학기술 분야에 투입되었고 인문사회 분야에는 4.2%인 7935억 원만 배정됐다. 학문 분야 간 지원 규모의 격차가 매우 심하다. 세계 13위의 경제 규모를 이룩했으니 우리도 과학기술 분야 대비 4분의 1 이상 규모의 정부 지원을 인문사회 분야에 배정하는 선진국형 모델을 지향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효과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 지침을 실행함으로써 인문학의 다양한 기획이 뒷받침되기를 기대한다.

정부 지원이 우선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분야는 이제 인문학이다!

위행복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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