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약국 진료기록-처방전 47억건… ‘내 몸 정보’ 팔려나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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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85%의 정보 유출… 검찰, 업자 20명-법인 4곳 기소

《 국내 인구의 85%가량인 4400만 명의 의료 정보 47억 건이 불법 수집돼 해외 업체에 판매된 사실이 적발됐다. 유출된 환자 정보에는 환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뿐 아니라 병명, 처방된 약물, 복용량, 진료 명세, 진료 기간 등 환자의 몸 상태를 샅샅이 알아볼 수 있는 민감한 정보들이 포함돼 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약학정보원과 통신업체,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업체 등이 당사자 동의 없이 불법으로 수집한 환자 정보를 다국적 통계회사에 팔아 수십억 원의 돈을 챙긴 사실을 적발해 법인과 직원 등 24명을 재판에 넘겼다. 》

병원과 약국으로부터 환자 주민등록번호, 병명, 처방약, 투약 기록, 진료 병원 등의 내용이 담긴 정보를 환자 동의 없이 수집해 판매한 업체와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불법 취급한 환자 정보만 약 47억 건에 달하고 환자 수는 4400만 명에 이른다. 사실상 온 국민의 ‘내 몸 정보’가 불법 거래된 셈이다.

개인정보범죄 정보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환자 동의 없이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 정보를 거래한 혐의로 병원 보험청구심사 프로그램업체 G사 대표 김모 씨(48)와 다국적 의료통계업체 I사 대표 허모 씨(59), S통신업체 본부장 육모 씨(49) 등 20명을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 기소하고 약학정보원과 S통신업체 등 법인 4곳도 재판에 넘겼다고 23일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5년 동안 요양급여청구 프로그램을 이용해 병원 약 7500곳에서 환자 정보 약 7억2000만 건을 환자 동의 없이 수집한 뒤 4억3000여만 건을 I사로 넘겨 약 3억3000만 원을 챙긴 혐의다. 또한 약학정보원도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국 1만800여 곳에 제공한 의료경영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 정보 43억300여만 건을 불법 수집하고 이를 I사에 넘겨 약 16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I사는 건네받은 환자 정보를 미국 본사로 넘긴 뒤 ‘약 사용 현황 통계’로 만들어 국내 제약회사에 판매해 약 70억 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병원과 약국 측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외부 서버로 환자 정보가 유출돼 저장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에 따르면 S통신업체는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병원에 전자차트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16개 업체의 도움으로 환자 정보를 빼낼 수 있는 장치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병원 2만3000여 곳에서 총 7800만 건의 처방전 기록을 외부 서버로 실시간 전송받았다. S통신업체는 불법 수집한 처방전을 건당 50원에 약국에 넘겨 약 36억 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는 “환자 정보를 암호화해 관리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합수단 관계자는 “이들은 암호 해독법을 공유했으며, 환자 동의 없이 환자 정보를 암호화하는 것도 위법이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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