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조선해양플랜트공학과 ‘해양플랜트 전문가의 꿈’ 이곳에 가면 이룰수 있다, 조건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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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교수가 해양프로세스 설계 수업에서 '바다 위의 정유공장'으로 불리는 해양 FPSO의 톱사이드 공정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최정호 교수가 해양프로세스 설계 수업에서 '바다 위의 정유공장'으로 불리는 해양 FPSO의 톱사이드 공정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엔지니어 전문가가 되고 싶은가. 이곳에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조건은 단 하나. 기계 화공 전기전자 등 여러 분야에 호기심 많은 학생이어야 한다.’

올해 신설된 동아대 조선해양플랜트공학과의 당찬 일성(一聲)이다. 이 학과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대학구조조정에 따라 있던 학과도 없애는 판국에 새로이 학과를 만들었다는 게 답이다.

이 학과는 해양플랜트 설계 특성화와 해양 기자재 특성화를 통한 최고의 해양플랜트와 서브시(subsea) 특성학과를 지향한다. 서브시는 심해의 가스원유를 개발하고 채굴 이송하는 해양산업을 말한다. 그래서 교육과정과 내용도 남다르다. 선박건조 교과목 중심인 타 대학과는 달리 해양플랜트 설계에 필요한 화학 기계관련 교과목 중심의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다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수들이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해양엔지니어링 인재 육성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학생들이  FPSO 축소 모델을 통해 각 부위의 위치와 시스템 간 상호 관련성을 익히고 있다.
학생들이 FPSO 축소 모델을 통해 각 부위의 위치와 시스템 간 상호 관련성을 익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해양구조물에서는 원천기술과 엔지니어링 기술 모두 취약하다. 건조와 생산 기술은 경쟁력이 있지만 해양 엔지니어링(FEED 및 프로세스설계) 분야는 취약해 해외 유수의 엔지니어링 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수주액은 많지만 수익구조가 열악한 이유다.

신용택 교수(조선해양플랜트공학)는 “우리는 바로 이 대목에 주목한다. 현재 산업체에서는 해양플랜트 엔지니어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존의 조선해양공학과 교육시스템으로는 인력 배출에 한계가 있다”며 “우리 학과는 이런 니즈에 호응하기 위해 조선과 해양의 기본이 되는 공통교과목(20개)을 바탕으로 조선설계전공 5개 교과목(선체구조설계, 선박설계 등)과 해양플랜트 전공 11개 교과목(해양플랜트 프로세스 설계, 해양플랜트 FEED 설계 등)을 체계화했다”고 밝혔다. 해양플랜트 설계에 대한 기본 역량뿐 아니라 엔지니어, 리더 엔지니어, 매니지먼트 등의 역량까지 갖춘 인력을 기르겠다는 것. 아울러 종합엔지니어링인 해양플랜트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에너지자원공학과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 토목공학과와의 협업도 강화해 연구개발의 시너지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역시 알차다. 자기소개서는 4학년 때 쓰는 게 보통이지만 이 학과는 1학년 1학기 때 자신만의 로드맵을 만든다. 1학년 때부터 대학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1학년 정창주 씨는 “처음엔 로드맵에 대한 개념조차 없어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그러자 교수님이 대학 취업지원실에 요청해 취업에 성공한 타 학과 선배들의 자소서와 학과 관련 직업군 자료를 보여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자소서를 쓰고 나니 마치 내가 조선 생산 기술 전문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름방학 때 조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장 경험을 쌓는다”며 활짝 웃었다.

학과는 해양엔지니어링 역량 강화를 위해 소규모의 해양 석유와 해양 가스 생산 설비를 통합한 모사(模寫) 설비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산업계는 해양 FEED(기본설계)와 상세설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외국 엔지니어링사의 결과물을 받아 후행 공정만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계약 완료 후 여러 문제점이 발견돼 비용이 더 들어가고 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는 것. 또 FEED와 상세설계 단계에서 필요한 프로세스 역량은 단위장비를 설계할 수 있는 ‘요소기술 역량’과 설계한 단위장비와 연계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통합기술 역량’이 필요한데 후자는 경험을 축적해야만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설계한 장비와 이와 연계된 시스템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모사 설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학과 교수는 현재 3명인데 2017년까지 7명으로 늘어난다. 올 하반기에 해양유체 전공자를, 내년에는 해양구조와 해양장비 전공자를 충원한다. 특징은 하나같이 현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라는 점. 재직 중인 3명의 교수 역시 그렇다. 전공분야별로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해우 교수(재료 및 용접 분야)는 삼성중공업에서 12년간, 신용택 교수도 같은 회사에서 18년간 근무한 해양구조물 강도 분야 전문가이다. 최정호 교수 역시 대우조선해양(DSME)에서 프로세스 연구부서를 이끌었던 해양FEED와 프로세스 전문가다. 이런 교수를 뽑은 것은 산업체의 니즈를 반영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비전이 담겨 있다.

요즘 학생들의 최대 관심은 단연 취업. 조선해양플랜트공학과의 미래는 어떨까. 학과를 새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자신감이자 대답이다. 첫 입학생은 42명이었으나 내년에는 45명, 2017년엔 50명을 선발해 학과를 점점 더 키워나갈 계획이다.

현재 국내 조선산업은 중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품질과 성능, 납기, 선주 신뢰도 등 비가격요인과 생산성, 정보화, 마케팅 능력에선 중국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선박금융과 가격, 수요산업 부문에선 열세다. 중국과의 격차가 크게 좁혀져 한 일 중 3국의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조선해양산업의 전략분석과 플랜트엔지니어링 기술개발 동향, 산업정책분석원 리서치센터, 2014).

학과는 해양구조물이야말로 조선산업의 생산 기술을 수평 전개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신 교수는 “부산경남지역에는 중대형 조선해양 산업체와 기자재 업체가 많고 동남권 조선해양 연구개발 특구의 중심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크다. 산업체의 니즈와 지역적 여건을 고려할 때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며 학과의 미래를 낙관했다.

졸업 후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넓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와 STX조선 한진 대선 성동조선, 중소 규모의 조선과 해양플랜트 설계회사, 조선 기자재 산업체, 국가연구소의 설계기술자와 연구원으로 진출할 수 있다. 또한 각국의 선급회사, 예를 들면 KR(한국), DNV(노르웨이), ABS(미국), NK(일본), LR(영국), BV(프랑스)등으로 갈 수 있고 선주감독관도 좋은 목표다.

해양플랜트공학과 제1호에 탑승한 42명의 새내기들은 수시와 정시에서 7 대 3의 비율로 선발했다. 수시모집에서 학생부교과(성적우수자) 대 학생부종합 역시 7 대 3이었다. 13명을 정시로 뽑았는데 경쟁률 4.62 대 1, 수능 평균 3.5등급이었다. 수시는 3.4등급. 신생학과여서인지 부산 70%, 경남 20% 등 지역 학생이 많았다. 나머지는 경북과 대구, 울산, 전남지역 학생들이었다.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중공업분야라 여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남녀 비율도 7 대 3이다. 여성파워는 이곳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기숙사 시설도 좋다. 부산 지역 외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기숙사생활이 가능하다. 2015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600명 수용 규모(전체 1600명 수용)의 승학한림생활관도 짓고 있다.

장학금도 풍부하다. 입학생의 3분의 1이 장학금을 받는다. 평균 243만 원꼴. 학과는 영어성적 향상자에게도 장학금을 주는 걸 검토하고 있다. 중공업분야는 외국 엔지니어들과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영어구사능력이 꼭 필요하기 때문. 그래서 학과는 학기당 2번씩 치르는 토익 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르도록 하고 있다.

새내기 김연주 씨는 또랑또랑하게 말한다. “많은 대학에 조선해양공학과는 있어도 조선과 해양플랜트를 아우른 학과는 여기뿐이다. 그래서 수능 성적과 관계없이 소신껏 지원했다.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선박검사 직종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설계도면대로 만들었는지, 기계성능이 규정대로 나오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겠다.”

새내기뿐이어서 전공동아리는 아직 없지만 학생들은 내년이면 선박설계동아리를 만들겠다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어깨에 학과의 미래가 달려 있잖아요.”

부산=손진호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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