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더위 도시’ 오명 씻어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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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대구=더위와 사과’라는 세간의 뿌리 깊은 인식 또는 선입견은 대구 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대구시와 시민들이 ‘늘 그렇듯 그런가 보다’ 식으로 둔감하게 여길 일이 아니다.

대구시가 최근 시민 500명, 서울 부산 등 6대 도시 주민 1000명 등 1500명을 대상으로 대구 도시브랜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더위’와 ‘사과’가 대구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나왔다. 2013년 시민 1만7700여 명에게 ‘대구 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도 가장 많은 21%가 ‘더위와 추위가 심한 도시’라고 답했다.

대구가 더운 곳의 대명사처럼 된 계기는 1942년 8월 기온이 기상관측 시작(1908년) 후 처음으로 40도를 기록한 폭염 때문으로 보인다. 73년이 지난 지금 대구는 나무를 많이 심어 쾌적한 분위기이고 대구보다 기온이 높은 지역도 꽤 있다. 분지여서 체감온도가 높을 수도 있지만 ‘대구는 원래 더운 곳’이라는 생각이 실제보다 더 덥게 느껴지도록 할 수도 있다.

사과는 대구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대구 사과는 100년 이상의 전통이 있지만 지금은 명맥만 유지할 뿐이고 재배 중심지는 경북과 충북 등이다. 체리나 연근은 대구가 주산지이지만 대구는 농업 도시가 아니므로 이미지 상징성은 약하다.

이처럼 현실에 맞지 않는 더위와 사과가 대구의 첫인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면 도시경쟁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위는 ‘짜증’으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더운 곳 대구=짜증 도시 대구’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 이미지 인식에만 그치지 않고 관광 매력이 떨어지고 투자 유치 등에도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랫동안 각인된 지역 이미지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구시는 민선 6기에 맞춰 ‘창조 도시 대구’를 강조하지만 창조라는 말이 흔해지고 많은 지자체들이 창조 도시를 내세워 차별적 이미지를 쌓기 어렵다.

지난달 개최한 세계물포럼, 세계육상대회(2011년), 모노레일 도시철도, 첨단의료단지 등 대구의 브랜드를 담을 수 있는 콘텐츠가 적지 않다. 대구의 별칭인 달구벌의 ‘달(達)’은 ‘막힘없이 트이다’이고 ‘대구(大邱)’는 ‘큰 언덕’이므로 이런 개방적이고 듬직한 뜻도 대구 이미지에 반영할 만하다. 발음이 비슷한 달구벌과 글로벌을 결합해 보는 것도 유쾌한 발상이다.

내년 조사에서도 ‘더위’와 ‘사과’가 대구의 대표 브랜드 이미지로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부터 사안의 중요성을 절감해 서둘러 깊은 고민을 해야겠다. ‘더위 도시’를 ‘열정(熱情) 도시’로 바꾸는 것처럼 매우 어렵고 복잡한 문제지만 해결해야 한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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