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철도 안전 위한 ‘까치와의 전쟁’에 관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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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근 코레일 전기기술단장
전재근 코레일 전기기술단장
본격적인 기차 여행이 시작되는 봄철, 선로 위에서는 치열한 ‘춘쟁(春爭)’이 벌어진다. 산란기를 맞아 전신주에 둥지를 틀려는 까치와 철도 안전을 사수하려는 코레일 간에 벌어지는 전쟁이다. 하루 3300회가량의 열차를 운행하고 전기 철도 구간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코레일에는 전차선 주변 까치집의 존재가 경계 대상일 수밖에 없다.

2만5000V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차선에 까치집에서 나온 철사나 옷걸이가 떨어진다면 폭발이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달 4일 호남고속철 구간에서 발생한 장애도 까치집이 원인이었다. 까치가 물어 온 젖은 나뭇가지가 비바람과 열차 진동으로 전선 위에 떨어지면서 전기 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이 때문에 고속열차가 지연돼 이용객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은 애초에 까치가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전신주에 방지 설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로 어려움이 많아 봄철에는 직원들이 수시로 철길을 따라 걸으며 5∼6m 높이에 있는 까치집을 직접 수작업으로 털어 내고 있는 실정이다.

까치집은 엉성해 보이지만 수백 개의 나뭇가지로 견고하게 짜여 있어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3∼4시간이면 집을 완성하고 처음 둥지 튼 곳을 다시 찾는 까치의 습성 때문에 적게는 두 차례, 많게는 열 차례 정도 반복해서 작업을 해야 한다. 올봄에 털어 낸 까치집만 해도 4400여 개, 2012년부터 제거한 수를 헤아리면 2만 개에 이를 정도로 많다.

코레일은 직접 점검은 물론 열차 이용 고객과 선로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전기 설비에 가까운 까치집이나 폐비닐 등을 신고하도록 하는 ‘전기철도 위험 요인 신고 포상제’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8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고 그중 무려 36건이 열차 운행 중단 위기를 막았다. 제도가 실효를 거둔 만큼 코레일은 올해부터 포상 금액도 확대하였다.

이처럼 철도 안전에 대한 코레일의 노력과 국민의 관심은 눈에 보이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연간 10여 건씩 발생하던 까치집이나 폐비닐 등으로 인한 운행 장애는 매년 감소 추세이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까치집과 관련된 열차 장애 보도로 많은 사람이 철도 안전에 우려를 보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철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교통수단이다. 우리나라 철도 역시 사고율이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하고 고장·장애 건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안전성이 향상되고 있다.

앞으로도 코레일은 현장 활동 강화는 물론 선제적 안전 관리 시스템 확대로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철도를 만들어 갈 것이다. 국민 여러분도 적극적인 관심과 신고로 철도 안전 지키기에 동참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전재근 코레일 전기기술단장
#코레일#까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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