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사설 따라잡기]과거사 사죄 끝내 외면한 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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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끝내 한국이 기대했던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선 그는 과거사에 대해 “전후 일본은 앞선 대전(大戰·대규모 전쟁)에 대한 반성을 가슴에 안고 걸음을 시작했다”며 “(일본) 스스로의 행동이 아시아 여러 국가에 고통을 안겨준 사실로부터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을 뿐이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어야 할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과 사죄’를 밝히는 대신 아베는 “이런 점에 대한 (내) 생각은 역대 총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며 가볍게 넘겨버렸다.

관심의 초점인 일본군 위안부(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성노예로 이용당한 여성들)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는 “분쟁 때 늘 상처받는 것은 여성이었다. 우리의 시대야말로 여성 인권이 침해받지 않는 세상을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아베가 반인륜적 전쟁 범죄를 우물쩍 넘긴 것은 역사적인 무대에서 진솔하게 사과하기를 바랐던 국제사회의 기대를 또다시 저버린 것이다. 아베의 이번 연설에 세계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다음 날인 12월 8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전쟁을 선언했던 바로 그 자리에 전범국(전쟁을 일으키는 죄를 저지른 나라) 총리가 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전날 미국-일본 정상회담(두 나라 이상의 우두머리가 모여 하는 회담)에서 아베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과거의 적이 굳센 동맹으로 역사적 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일본 비전 공동성명에서는 “일본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일본이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기 전에 전범국가의 꼬리표를 떼고 세계 평화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 것을 찬성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미일 동맹 관계를 전쟁 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70년 전 원자폭탄을 떨어뜨려 일본을 꺾었던 미국이 이젠 일본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은 동북아 외교 관계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드러낸다.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로 내걸었던 우리 정부는 이제 한일 관계가 한미 관계에도 파장을 미치는 현실을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4월 30일자 사설 재정리


▼ 사설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보세요 ▼

1. 다음 설명 중 본문의 내용과 맞는 것을 고르세요.

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는 두 번째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섰다.

②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③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언급했다.

④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반성했다.

2. 다음 괄호 안에 들어가기 알맞은 사자성어를 고르세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은 세계의 분쟁과 전쟁을 막기 위한 최고 의결기구다. 그런 기구에 과거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반성하지 않는 전범국인 일본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 )이다.

① 고진감래(苦盡甘來): 고통이 다하고 나면 달콤함이 찾아온다는 뜻.

② 견물생심(見物生心):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뜻.

③ 어불성설(語不成說):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

④ 자업자득(自業自得):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가 자기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뜻.

3. 미국은 일본과의 공동성명에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본문에서는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조건은 무엇인가요?

김보민 동아이지에듀 기자 gomin@donga.com
#과거사#아베#무라야마#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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