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낡은 급수관 싹 바꿔… 아리수 불신 싹 씻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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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틀어 바로 마실수 있게”… 2020년까지 스테인리스 등으로 교체
서울 은평 상암 세곡에 ‘아리수 마을’… 모든 초중고엔 음수대 설치

서울 동작구의 한 중학교에는 층마다 ‘아리수(수돗물)’ 음수대와 정수기가 1대씩 함께 설치돼 있다. 정수기 앞은 늘 학생들로 붐비지만 수돗물을 마시는 학생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교사들조차 수돗물을 외면한다. 이 학교 교사 A 씨(28)는 “솔직히 내가 (수돗물이) 못 미더운데 어떻게 아이들한테 먹으라고 하겠냐”며 “자리가 비좁으니까 차라리 음수대를 치우자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학교뿐 아니라 일반 가정의 상황도 비슷하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정수 등을 거치지 않고)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고 답한 시민은 전체의 4.9%에 불과하다. 시는 수돗물 불신의 원인을 ‘낡은 수도관’으로 보고 직접 관리하는 상수도관과 개인 가정의 급수관까지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하는 내용의 ‘아리수 급수환경 혁신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우선 2018년까지 노후 상수도관 469km(전체 상수도관의 3.4%)를 부식에 강한 스테인리스 재질로 바꾼다. 또 전체 비용의 50%만 지원하던 ‘노후 급수관 교체공사 지원비’를 최대 80%까지 올린다. 이렇게 되면 시는 2020년까지 노후 수도관을 이용하는 서울시내 67만 가구에 깨끗한 수돗물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6층 이상 고층 아파트의 옥상 물탱크를 없애고 대신 저류조에서 깨끗한 수돗물을 곧바로 공급하도록 급수방식 전환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부스터 펌프’ 설치비(2500만 원)는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올해 말까지 은평 상암 세곡지구에 ‘아리수 마시는 마을’을 조성하고 육안으로 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투명 수도관’을 설치한다. 2017년까지 서울시내 1345개 모든 초중고교에 수돗물 음수대를 확대 설치한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들어가는 음수대 가운데 일부는 ‘라바’ 등 인기 캐릭터 디자인을 입힐 계획이다.

그러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워낙 커 이런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광진구에 사는 이모 씨(58·여)는 “눈으로만 보고 어떻게 물이 깨끗하다고 믿겠느냐”며 “솔직히 샘물이나 정수기 물맛이 훨씬 더 좋고 (이번 대책으로) 수도요금만 인상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남원준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수돗물 불신은 객관적인 근거보다 샘물, 정수기 회사의 잘못된 홍보 탓이 크다”며 “수도관 교체로 인한 원가 인상 요인은 경영쇄신 등을 통해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급수관#아리수#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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