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피규어 아티스트’ 이찬우 씨 / ‘북 디자이너’ 박진범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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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피규어 아티스트(가운데)를 만난 서울대진초 5학년 김준영 군(왼쪽)과 경기인창초 4학년 박다원 양. 이 씨는 두 초등생에게 “작은 부품들을 칠하고 조립해야 하는 피규어 아티스트에겐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찬우 피규어 아티스트(가운데)를 만난 서울대진초 5학년 김준영 군(왼쪽)과 경기인창초 4학년 박다원 양. 이 씨는 두 초등생에게 “작은 부품들을 칠하고 조립해야 하는 피규어 아티스트에겐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수”라고 말했다.
▼움직일 듯한 포즈의 비밀은? ▼

초등생이 만난 ‘피규어 아티스트’

요즘 ‘피규어(figure)’를 수집하는 사람 수가이 크게 늘었다. 피규어는 특정한 인물이나 동물 모양을 본떠 만든 작은 인형. 팔, 다리가 움직이도록 관절도 섬세하게 만들어진다.

피규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이 바로 ‘피규어 아티스트’. 서울대진초 5학년 김준영 군과 경기 인창초 4학년 박다원 양이 이찬우 피규어 아티스트를 최근 만났다. ‘쿨레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 씨는 미국프로농구(NBA), 나이키와 손잡고 피규어 전시회를 여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피규어 아티스트. 현재 ‘쿨레인 스튜디오’라는 개인 작업실을 열었다.

캐릭터 창작부터 피규어 제작까지

이 씨의 작업실에 들어선 두 초등생. 벽장마다 빼곡히 전시된 피규어를 본 박 양이 “이 많은 피규어를 혼자 만드신 건가요”라고 묻자 이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동안 만든 피규어 종류가 160여 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규어를 만드는 일에도 두 가지가 있어요. 기존 캐릭터를 그대로 피규어로 만드는 사람이 있고, 저처럼 새로운 캐릭터를 고안해 피규어로 만드는 사람이 있지요.”(이 씨)

“지금껏 만드신 피규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보고 싶다”는 박 양의 부탁에 이 씨는 2010년에 만든 NBA 피규어 시리즈를 보여줬다. NBA는 이 씨가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피규어 창작품들을 살펴본 NBA 측에서 “농구선수 피규어를 제작해달라”고 먼저 연락해왔다. 미국 업체를 통해 인기 농구선수들의 피규어를 만들어온 NBA가 한국인에게 제작을 맡긴 것은 이례적인 일.

이 씨는 코비 브라이언트, 데릭 로즈 등 NBA에서 활약하는 농구선수 10명의 캐릭터를 만들고 피규어로 제작했다.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그는 나이키, 반스 같은 스포츠용품 브랜드들과 함께 피규어 제작을 하기에 이르렀다.

4개월 땀 흘려 완성

“피규어 하나를 만드는 데 몇 시간이 걸리나요?” 김 군이 묻자 이 씨는 “NBA 피규어 시리즈의 경우 선수 한 명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만 2개월이 걸렸다”고 답했다. 이 씨는 수개월 동안 하루 종일 NBA 선수들의 경기 동영상을 보며 신체 움직임을 관찰했다고 한다.

“농구는 역동적인 스포츠이지요. 피규어 자체는 동작이 멈춘 채로 있지만, 그 모습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움직일 때 몸에 나타나는 곡선에서 답을 찾았지요. 예를 들어 뻣뻣하게 선 모습보다는 공을 들고 움직이는 순간 팔, 다리가 휘는 정도를 관찰해 그 모습을 피규어에 나타낸 것이지요.”(이 씨)

캐릭터가 완성되면 고무찰흙으로 모형으로 빚는다. 모형을 뜨거운 열로 단단하게 굳힌 뒤 신체기관별로 분리한다. 이후 부위별 고무찰흙 모형을 실리콘을 사용해 똑같은 모양으로 뜬 뒤 이렇게 만들어진 실리콘 틀 안에다 플라스틱을 녹여 부으면 당초 설계한 캐릭터 모양과 똑같은 플라스틱 모형이 탄생하는 것이다. 부위별 모형에 색을 입힌 뒤 이를 모아 하나로 조립하면 피규어가 완성된다. 이렇게 피규어를 제작하는 데 한두 달이 걸린다.

만화 주인공 표정, 꼼꼼히 관찰해요

훌륭한 피규어 아티스트가 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이 씨는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부품들을 칠하고 조립해야 하므로 엄청난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려면 창의력도 필요하지요. 좋은 애니메이션, 만화책 속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표정, 행동을 꼼꼼히 관찰하면 도움이 됩니다.”(이 씨)

대학에서 디자인,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를 전공하면 피규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후 피규어 제작 업체에 취직하거나 이 씨처럼 개인 작업실을 차리기도 한다.

박진범 북 디자이너(가운데)는 경기 광명광덕초 5학년 홍수희 양(오른쪽)과 서울공항초 4학년 김정현 군에게 “북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며 독서를 즐겨라”고 조언했다.
박진범 북 디자이너(가운데)는 경기 광명광덕초 5학년 홍수희 양(오른쪽)과 서울공항초 4학년 김정현 군에게 “북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며 독서를 즐겨라”고 조언했다.
▼“멋진 표지는 좋은 책의 얼굴” ▼

초등생이 만난 ‘북 디자이너’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많은 사람은 표지가 흥미로운 책에 관심을 갖는다. 표지만 훑어봐도 책이 어떤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떤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표지는 누가 만들까? 바로 ‘북 디자이너’다.

책을 사랑하는 경기 광명광덕초 5학년 홍수희 양과 서울공항초 4학년 김정현 군이 박진범 북 디자이너를 최근 만났다.

지난해 12월 한국출판인회의가 뽑은 ‘올해의 출판인’ 디자인부문상을 받은 박 씨는 현재 ‘공중정원디자인’이라는 개인 작업실을 열어 각종 도서의 디자인 작업을 한다.

표지에 글의 주제 ‘쏙’


박 씨는 “북 디자이너는 표지뿐 아니라 본문의 글씨체, 종이의 질감과 두께 등 책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요리에 빗대자면 작가가 ‘음식’을 만들면 북 디자이너는 ‘예쁜 접시’를 만들어 그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표지를 작업할 때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박 씨는 “책 하나당 2, 3주가 걸린다”면서 “원고를 읽으며 주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답했다. 표지는 책의 얼굴. 표지만 봐도 책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주제에 걸맞은 디자인을 고민할 때는 내용 중 특정한 장면을 삽화로 그릴지, 여러 그림과 사진을 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지, 그림 없이 글씨만으로 표현할지 등을 정한다. 정답은 없다. 북 디자이너가 원고를 읽으며 느낀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방법을 찾을 뿐이다.

알파벳 섞으니 한글 ‘짠’

박 씨는 최근 작업한 소설 ‘해리포터’ 개정판을 보여주었다.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두 초등생은 들뜬 표정으로 책을 이리저리 살폈다. 표지에는 ‘해리포터’라고 크게 쓰인 한글제목 밑에 영어제목인 ‘HARRY POTTER’가 작게 쓰여 있었다. 이 제목의 글씨체와 크기, 색깔 등을 박 씨가 디자인했다.

“책의 제목이 두 가지 언어로 동시에 쓰일 경우 두 글씨체가 비슷한 느낌이어야 한눈에 쏙 읽혀요. 그래서 해리포터에 어울리는 재미난 영문서체를 만든 뒤, 그 영문서체로 된 알파벳을 조합해 한글제목을 만들었지요.”(박 씨)

예를 들면 알파벳 ‘E’는 한글 ‘ㅌ’으로, 알파벳 ‘T’는 거꾸로 뒤집어 한글 ‘ㅎ’의 윗부분으로 사용됐다. 김 군은 “글자에 이렇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숨어있을 줄 몰랐다”면서 입을 쩍 벌렸다.

박 씨가 작업한 청소년 소설 ‘한밤의 동물원’은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이 자유를 찾아 우리를 탈출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 씨는 동물들이 우리에 갇혀 자유를 잃은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동물을 눈이 없는 채로 그린 삽화를 표지에 실었다. 수필집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는 장애아동의 이야기를 엮은 책. 표지에 그려진 하트(♡)가 마치 물감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린 듯 번져 있다. 박 씨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으며 흘린 눈물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책 많이 읽어요”


훌륭한 북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박 씨는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며 독서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책에 대한 애정이 클수록 좋은 디자인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붓게 된다는 것.

박 씨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책 한 권을 작업할 때 그 책에 온 마음을 집중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북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대학에서 디자인과 관련된 공부를 하면 좋다. 출판사에 북 디자이너로 취직하거나 박 씨처럼 개인 작업실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글·사진 공혜림 기자 hlgong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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