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석기, 체제전복 내란선동”…내란음모는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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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월 23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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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무죄. 사진=동아일보 DB
내란음모 무죄. 사진=동아일보 DB
내란음모 무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53)이 2013년 5월 지하혁명조직인 이른바 ‘RO’ 조직원 130여 명에게 발언한 내용은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국헌(國憲) 문란이 목적이었으며 이는 내란선동죄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2일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석기 전 의원은 130여 명이 조직적으로 전국적 범위에서 주요 국가 기간시설을 파괴하는 행위와 선전전 정보전 등 다양한 수단을 실행하는 행위를 발언했고, 이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합 참석자들에게 특정 정세를 전쟁 상황으로 인식하게 하고, 가까운 장래에 구체적인 내란의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이 충분했다”며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13명의 전원합의체 대법관 중 이인복 이상훈 김신 대법관 등 3명은 “선동한 내용이 추상적이고 후방교란 목적의 국지적 산발적 파괴 행위일 뿐이며 선동에 따라 내란이 실행되더라도 실질적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소수의견을 냈다.

내란음모죄 성립 여부와 관련해 대법원은 “회합 참석자들이 발언에 호응해 국가 기간시설 파괴 등을 논의하기는 했으나 내란의 실행 행위로 나아가겠다는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RO에 대해 “강령과 목적, 지휘 통솔체계 등을 갖춘 조직의 실체가 존재하고, 회합 참석자들이 RO의 구성원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보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이들이 언제 가입했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석기 전 의원은 2013년 9월 내란음모와 내란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전원합의체는 이석기 전 의원에게 적용된 3가지 혐의 중 국보법 위반 부분만 만장일치로 인정했다. 내란선동죄는 10 대 3으로 유죄, 내란음모죄는 4 대 9로 무죄가 확정됐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개별 대법관의 이념적 성향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신영철 민일영 고영한 김창석 대법관은 “전쟁 발발 상황이 되면 이석기 전 의원 등이 회합에서 논의했던 방법이나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내란의 실행 행위로 나아갈 개연성이 크고,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다”면서 내란음모죄도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정반대 소수의견도 나왔다. 이인복 이상훈 김신 대법관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도 위배될 우려가 있다”며 내란음모뿐 아니라 내란선동죄도 무죄를 주장했다. 김신 대법관은 대법관 중에서 소수의견을 내는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통상임금 판결 때도 “다수의견의 논리는 너무 낯선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든다”며 소수의견을 낸 적이 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지하혁명조직(RO)의 실체에 대해 대법원은 “회합에 참석한 130여 명이 이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입 시기, 활동 내용 등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과 상반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헌재는 RO 회합에 대해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 개최’라는 표현을 쓰면서 내란음모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았다. RO의 실체에 대해서도 헌재는 ‘통진당 핵심 주도세력’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헌재로서는 내란음모죄의 성립 여부나 RO의 실체 부분은 대법원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둔 셈이다.

한편 이석기 전 의원은 선고 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 쥔 오른손을 번쩍 들며 “사법 정의는 죽었습니다”라고 소리쳤다.

지지자들은 “힘내십시오. 저희가 있습니다. 힘내세요”라고 외치며 울부짖기도 했다. 이석기 전 의원은 주먹을 불끈 쥔 팔을 치켜들며 퇴장했다. 가족과 일부 지지자는 선고가 끝난 후에도 10여 분간 법정에서 울며 버티다 퇴장당했다.

2013년 9월 5일 구속 수감된 이석기 전 의원의 형기 만료 시점은 2022년 9월 4일이다. 사면이나 가석방이 되지 않고 형기를 모두 채운다면 예순 살을 넘긴 뒤에야 교도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출소한 후에도 곧바로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자격정지 7년 선고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자격정지는 9년의 징역형 만기 이후부터 적용된다. 이석기 전 의원이 만기출소한다면 2029년 9월, 67세가 돼서야 피선거권을 회복해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

내란음모 무죄. 사진=동아일보 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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