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술 마시면 빨리 취하는 이유는? 맥주 보다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8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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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수 바비킴이 술에 취해 비행기 내에서 소란을 피운 사건을 계기로 음주 등 기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내에서 술을 마시면 지상에서 보다 더 빨리 취한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행 중인 비행기 안은 저기압, 저산소 상태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숙취 증상도 더 심하게 나타난다.

미국항공안전국의 규정에 따르면 비행기는 이륙 뒤 약 8000ft(2400m) 상공의 기압으로 기내 기압을 낮춰야 한다. 기압을 낮추지 않으면 외부와의 압력차 때문에 파열될 우려가 있어 기체를 두껍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내 공기 압력이 떨어지는 만큼 산소 농도도 떨어진다. 2400m에서의 기압과 산소농도는 해수면의 75% 정도다. 미국육군성에서 발간한 ‘고산에서의 행동교본’에는 고도가 높은 곳에서 술을 마시면 고산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음주를 피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술 냄새가 나는 승객은 음주 측정 뒤 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김순배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오랜 비행 도중 식욕이 없어지거나 부종이 생기는 것은 저기압과 저산소에 따른 증상일 수 있다”며 “기내에서는 더 빨리 취하고 숙취가 심하기 때문에 평소 주량보다 훨씬 적게 마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내에서는 술 보다 물이나 주스를 자주 마시는 게 좋다. 기내 습도가 20%로 매우 건조하기 때문이다. 기내 습도를 높이면 에어컨 내부 부품이 녹슬거나 배관이 막혀버리기 때문에 일부러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평소 콘택트렌즈를 끼는 사람은 렌즈 때문에 안구가 더 건조해지기 때문에 안경을 끼는 것이 좋다. 맥주를 마시면 이뇨작용으로 갈증이 더 심해진다. 또 소화불량을 예방하기 위해 식사량도 평소보다 줄이는 게 좋다.

건조하면 천식이 악화되고 혈압이 상승한다. 천식,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약통을 손가방에 넣는 습관이 필요하다. 약을 갖고 다니다가도 탑승할 때 약통을 짐칸에 넣어 약을 먹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심혈관 질환자도 기내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기압이 낮아지면 체내 혈액에 흡수되는 산소가 줄어든다. 또 장기 등 체내 빈 공간에 가스가 팽창한다. 비행기를 타면 소화가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근경색이 생긴 지 10일 이내거나, 심장, 뇌, 폐, 복부를 수술한 지 9일 이내, 뇌중풍(뇌졸중)이 생긴 지 4일 이내인 환자는 가급적 항공전문의사와 상담을 하는 게 좋다. 최윤영 항공의료센터 건강관리그룹장(간호사)은 “항공기 내에서는 기압이 낮아 몸도 부을 수 있기 때문에 꽉 끼는 신발이나 옷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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