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한밤 ‘사냥꾼’ 등장에 동대문이 떨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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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짝퉁 단속 2년여만에 성과

15일 새벽 서울 동대문의 한 쇼핑몰에서 단속반이 짝퉁 의류 판매상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 중구는 2012년부터 ‘위조상품 전담팀’을 구성해 매일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15일 새벽 서울 동대문의 한 쇼핑몰에서 단속반이 짝퉁 의류 판매상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 중구는 2012년부터 ‘위조상품 전담팀’을 구성해 매일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부지런히 호객행위에 몰두하던 동대문 노점상들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단속반이 가까이 다가가자 상인들은 좁은 보도 밖 도로 쪽으로 뒷걸음질쳤다. 단속반원이 진열된 점퍼 한 개를 집어 들었다. 이어 안감에 붙은 상표를 들여다보는 순간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신들 때문에 요즘 ‘짝퉁(모조품)’ 안 갖다 놓는다고. 그만 좀 와요 제발….”

서울 중구 동대문 패션타운은 대한민국 패션 1번지로 유명하지만 ‘짝퉁의 메카’라는 오명도 갖고 있다. 조금이라도 싼값에 명품 브랜드를 걸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동대문 거리를 온통 짝퉁으로 도배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밤만 되면 길거리를 장악했던 짝퉁 판매 노점상들이 대부분 사라진 것이다. 2012년 하반기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중구가 도입한 ‘위조상품 전담팀(TF)’의 역할이 컸다. 본보 취재진은 14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전담팀의 짝퉁 단속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처음 단속을 시작했을 땐 하루 20건, 짝퉁 물량이 시가 수십억 원일 정도였어요. 집중단속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나면서 요즘은 평균 2, 3건만 적발됩니다.” 이날 단속반 5명을 이끌고 동대문에 출동한 전담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첫 번째 단속지점이었던 을지로7가 ‘R상가’ 근처에서는 짝퉁을 파는 노점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속반은 장충단로 건너편 ‘G쇼핑몰’로 향했다. 이곳의 4층 매장 2, 3곳에서 짝퉁 의류를 판매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단속반이 들이닥치기 무섭게 주인은 줄행랑을 쳤다. 한 점포에서만 이탈리아 명품 ‘몽클레어’ 상표를 단 스웨터, 샤넬 점퍼 등 시가 1200만 원 상당의 짝퉁 상품이 쏟아졌다. 적발된 짝퉁 제품은 검찰의 확인 절차를 거쳐 모두 소각 폐기된다.

4시간이 넘는 단속 끝에 적발된 짝퉁 노점상은 4명. 돌체앤가바나 겐조 디스퀘어드2 등 정품가격이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가짜 의류를 팔다가 덜미를 붙잡혔다. 이들은 상표법 위반 혐의로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만 한다. 짝퉁 몽클레어 상품 100만 원어치를 팔다가 단속된 한 20대 남성 상인은 “법도 모르고 돈을 쉽게 벌어보려다 걸렸다”며 “짝퉁의 ‘짝’자도 듣기 싫다”고 했다.

중구는 3개 단속반을 운영하며 매일 밤 단속을 벌이고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 적발한 짝퉁 제품은 6만8828점, 시가 312억 원이 넘는다. 일회성을 넘어 1년 내내 단속이 계속되자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관내 짝퉁 판매량은 90%가량 줄어든 것으로 구청은 분석했다. 중구 관계자는 “짝퉁 제품을 모두 진열대에 걸어 놓고 파는 행위는 줄었지만 상표를 교묘히 조작하는 등 상인들의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며 “동대문에 짝퉁이 사라질 때까지 24시간 단속반을 계속 운영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짝퉁 단속#동대문 패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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