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나뭇가지에 핀 하얀 ‘얼음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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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작용이 만든 겨울 ‘상고대’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글: 고희정 그림: 서용남 가나출판사
겨울 하면 제일 먼저 하얀 눈이 생각나죠? 하지만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절경이 또 있습니다. 바로 상고대입니다. 상고대는 추운 날씨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나무나 풀에 얼어붙어서 생긴 얼음꽃을 말하는데요. 동아일보 22일자 A13면에는 한파가 소양강에 상고대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멋진 사진과 함께 실렸습니다(사진). 또 한파 때문에 곳곳에 빙판길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는 뉴스도 많이 들리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겨울이면 얼음왕국이 되는 이유와 빙판길을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얼음왕국이 되는 이유

○ 얼음왕국이 되는 이유


우리 주변의 물체들을 살펴보면 고체 액체 기체 중 한 가지의 상태로 되어 있는데요. 물질의 상태는 열이나 압력에 의해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열을 가해 온도를 높이거나 압력을 낮추는 경우 고체는 액체로, 액체는 기체로 상태가 바뀌는데 이를 ‘상태변화’라고 합니다. 또 반대로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낮추거나 압력을 높이면 기체는 액체로, 액체는 고체로 상태변화를 합니다.

고체인 얼음이 녹아 액체인 물로 변하는 것을 ‘융해’라고 하고 반대로 액체인 물을 고체인 얼음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응고’라고 합니다. 한파 때문에 길가의 물이 얼어붙어 빙판이 되는 것은 바로 응고 현상입니다. 또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현상을 ‘기화’라고 하고, 기체가 다시 액체가 되는 현상을 ‘액화’라고 합니다. 새벽에 이슬이 내리는 것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새벽의 찬 기온 때문에 액화되어 물방울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물체들은 고체에 열을 가하면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가 되어 버리거나 기체 상태에서 열을 빼앗으면 바로 고체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승화’라고 하는데요.

상고대는 바로 승화에 의해 만들어진 얼음꽃입니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운 날씨에 순간적으로 승화되어 나뭇잎이나 가지에 고체인 얼음이 되어 붙은 것입니다. 서리도 승화에 의해 생기는 것이지만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지표면보다 높은 나무에서 발생하는 상고대와 구분합니다. 상고대는 백색 투명의 부서지기 쉬운 얼음으로, 바람이 약한 맑은 밤에서 이른 새벽 사이에 나무나 물체의 바람을 받는 쪽에 생깁니다. ○ 빙판길에 소금을 뿌리는 이유

○ 빙판길에 소금을 뿌리는 이유

눈이 올 때는 좋은데 일단 쌓여서 얼면 빙판길이 걱정됩니다. 하지만 과학원리를 이용하면 빙판길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데요. 바로 소금이나 염화칼슘을 뿌려 눈을 녹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금이나 염화칼슘을 뿌리면 왜 눈이 녹을까요? 액체에서 고체로, 또는 고체에서 액체로 상태변화를 일으키는 온도를 ‘어는점’이라고 합니다. 물은 0도에서 얼어 얼음이 되니까 물의 어는점은 바로 0도입니다. 바닷물은 염분이 3% 정도 녹아 있어서 대략 영하 2도 이하로 내려가야 얼음이 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닷물은 물의 양이 많고 파도가 계속 치기 때문에 실제로는 영하 20도 이하는 돼야 언다고 합니다. 또 겨울에 장독대의 물은 얼어도 간장은 얼지 않는 것도 어는점 내림 현상 때문이고, 겨울철 자동차에 부동액을 넣는 것도 어는점을 낮춰 날씨가 추워져도 냉각수가 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눈에 소금이나 염화칼슘을 뿌리면 어는점이 낮아져 눈이 녹고, 다시 얼지 않게 되니까 길이 얼음판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아삭아삭 슬러시 만들기

어는점 내림을 이용하면 아삭아삭 시원한 슬러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얼음 위에 소금을 뿌리면 어는점이 내려가면서 얼음이 녹는데, 이때 열이 필요합니다. 얼음은 필요한 열을 탄산음료에서 빼앗기 때문에 그 대신 탄산음료가 얼어 슬러시처럼 되는 것입니다.

○ 상고대를 보러 가요.

우리나라에서 상고대를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가장 유명한 곳은 소백산과 덕유산입니다.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주시 사이에 있는 소백산은 겨울철이면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어 작은 백산이라는 뜻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요. 서해상에서 만들어진 눈까지 불어오면 환상적인 상고대 절경을 만들어냅니다.

전북 무주군에 위치한 덕유산은 겨울이면 습한 대기가 큰 산을 넘으면서 눈이 많이 내리는 산으로 유명한데요. 이때 바람에 날린 습한 대기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하얀 산호 같은 상고대를 만들어냅니다. 그 밖에도 태백산이나 대관령양떼목장 등에서도 아름다운 상고대를 볼 수 있습니다. 산에 오르지 않고도 상고대를 볼 수 있는 곳도 있는데요. 바로 댐 주변입니다. 댐 주변은 습기가 많이 공급되기 때문에 기온이 뚝 떨어지면 아침에 상고대가 생깁니다. 특히 강원 춘천시의 소양강댐이나 충북 충주시의 충주댐 주변에서 멋진 상고대를 볼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 하지만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절경이 있으니 춥다고 웅크리고 있지만 말고 아름다운 얼음왕국을 마음껏 즐겨 보세요.
#승화작용#상고대#얼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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