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명량’ 승리의 비밀은 방패연 45개에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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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고 문-이과 융합 수업서 2학년생 32명이 당시 상황 재현
“멀리 있는 배와 암호로 소통”

하늘고교 2학년생들이 임진왜란 당시 바다에서 소통 수단으로 쓰인 방패연의 기능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8개월 동안 공동으로 연구활동을 벌여 연을 이용한 신호 체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하늘고교 제공
하늘고교 2학년생들이 임진왜란 당시 바다에서 소통 수단으로 쓰인 방패연의 기능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8개월 동안 공동으로 연구활동을 벌여 연을 이용한 신호 체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하늘고교 제공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다른 배에 타고 있던 부하들과 어떻게 연락을 주고받았을까?”

“경남 통영 지역에는 이순신 장군이 공중에 날리는 연을 사용해 신호를 보냈다는 구전(口傳)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던데….”

인천의 첫 번째 자율형사립고인 하늘고교 재학생들이 이순신 장군이 전장에서 연(鳶)을 이용해 부하들과 신호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용호, 김도현 군(17) 등 이 학교 2학년생 32명이 최근 발표한 ‘신호연을 활용한 이순신 함대의 암호통신 체계 연구’라는 논문이 그것이다.

이들은 하늘고가 1월부터 2개 이상의 교과를 결합한 ‘융합과학 인재교육’을 도입하면서 연구 논문을 준비했다. 당시 드넓은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이 여러 함선에 승선한 장수들과 북과 나팔, 깃발 등만으로는 긴밀한 의사소통이 어려웠을 거라는 가설에서 착안해 논문 주제를 결정했다. 과학과 기술 공학 예술 수학 역사 지질학 서지학 등 8개 분야로 나눠 연구팀을 구성했다. 김평원 인천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논문 주제 선정과 통합 연구 과정 등을 지도했다.

과학 분야를 맡은 학생들은 한산대첩과 명량대첩 당시 해역의 지형과 조류의 속도와 방향, 풍향과 풍속 등을 연구하기로 했다. 공학 분야는 방패연의 운동성, 연의 신호 전달 범위 등을 맡기로 하는 등 팀별로 연구 주제가 결정됐다. ‘해전 당시 자연환경 분석’ ‘육성, 나팔, 북의 커뮤니케이션 기능범위 분석’ ‘연의 운동과 가시거리 분석’ ‘신호연의 디자인 체계와 인지 과정 연구’ ‘신호연의 암호코드 가설 수립과 효율성 분석’ ‘이순신 함대의 전술과 조선의 군사제도’ ‘해전 장소의 지형 분석과 모형 제작을 통한 통신 중계지점 추론’ ‘난중일기와 조선왕조실록을 귀납 추론한 전투 시나리오 구성’ 등이다.

팀별로 맡은 연구를 마무리한 학생들은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에서 모양과 색깔이 다른 45가지 연을 이용해 각각 다른 군사명령을 전달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왜적이 파악하지 못하도록 연의 형태와 문양에 따라 암호를 약정해 의사소통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했고 이는 현대 해군의 깃발 신호 조합 방식과 유사하다는 내용을 담은 융합논문을 완성했다.

강석윤 하늘고 교장은 “문과와 이과 학생들이 섞여 8개 팀을 만든 뒤 연구와 토론을 통해 한 편의 융합논문을 만든 것”이라며 “당시 전쟁을 치렀던 바다에서 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 등을 생생하게 재연한 영상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늘고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진한 사회공헌프로그램의 하나로, 2011년 3월 300여억 원을 들여 중구 운서동 3만700여 m²의 용지에 문을 열었다. 각 학년 8개 학급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교생이 기숙사(4인용) 생활을 한다. 모든 교사가 지정 교실을 갖고 있어 학년과 반에 상관없이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싶은 교사에게 방과후수업을 받는다. 올해 처음으로 배출한 졸업생 185명 가운데 7명이 서울대 수시모집 전형에 합격해 인천과학고(16명)와 인천국제고(9명)에 이어 인천지역 122개 고교 가운데 세 번째로 서울대 합격자가 많았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명량#이순신#방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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