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수 OECD 꼴찌… 관광진흥 외치며 재탕 대책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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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인구 100명당 호텔 객실수 0.2실, 140國중 99위… 세네갈보다 낮아
수요 많은 중저가 호텔 확충 급한데… 정부, 국회 계류중인 법안 다시 내놔

정부가 12일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필수적인 숙박시설에 대한 대책은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가 이전 정책의 재탕이며 특히 그동안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혀 왔던 중저가 숙박시설 확충에 대한 해결책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13일 동아일보가 관광업계를 취재한 결과 정부가 전날 중저가 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대책으로 제시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이미 2012년 입법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인 재탕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 개정안은 학교 정화구역 내에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지자체가 주민 반대를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호텔 설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5년 일몰 예정인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숙박특별법)의 효력을 연장하겠다는 것 역시 재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땅값이 비싼 서울 시내에서는 결국 대형 호텔 사업자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일부 지적이 있어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이원태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시내에 중저가 숙박시설을 짓기 어렵다면 수도권 외곽에 알맞은 호텔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평했다.

현재 국내의 숙박시설 부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220만 명으로 2000년에 비해 약 129% 늘었지만 관광숙박시설은 2만3644실에서 3만1556실로 약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세계관광기구(UNWTO)가 발표한 ‘140개국의 관광산업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인구 100명당 호텔 객실 수는 0.2실로 말라위(95위), 세네갈(98위)보다 낮은 99위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중저가 숙소는 부족한 정도가 더 심하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의 고급 호텔(1급 이상) 점유율은 무려 70%에 이른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숙박비가 부담스러워 장기 체류를 꺼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중저가의 실속형 관광호텔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 정부가 최근 내놓은 대책은 차선책인 한옥스테이 활성화 정도가 전부다. 그 와중에 전통한옥 체험숙박시설 운영지원 예산은 지난해 96억 원에서 올해 42억 원으로 삭감됐다. 중저가 관광호텔 체인화 기반 조성 사업 예산도 지난해 19억9000만 원에서 올해 17억6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호텔#객실수#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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