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민통선 마을에 평화의 망치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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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대 학생들 공공디자인 봉사
일주일간 고라니조형물 8개 설치
군부대 병사들을 위한 쉼터도 조성

동서대 디자인전공 학생들이 최근 평화를 기원하며 민통선 안 해마루촌 입구 공원에서 고라니 설치작업 공공디자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서대 제공
동서대 디자인전공 학생들이 최근 평화를 기원하며 민통선 안 해마루촌 입구 공원에서 고라니 설치작업 공공디자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서대 제공
부산 동서대 디자인전공 학생들이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 마을에서 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화제다. 동서대 퍼블릭디자인연구소 연구원과 디자인전공 학생 29명은 지난달 28일부터 3일까지 경기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 해마루촌에서 공공디자인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만남과 환영-W&dot’를 주제로 마을 입구 잔디공원에 높이 1.3m 정도의 스테인리스 재질로 고라니 조형물 8개를 설치했다. 이 조형물은 ‘분단된 우리는 만나야 하는 필연성을 갖고 있고, 그 만남은 서로를 존중하고 환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작은 만남의 시작점을 의미하는 ‘dot’와 타이포그래피(Welcome), 기호 등을 활용해 조형물과 그래픽디자인을 혼용했다.

특히 올해는 마을사람만을 위한 공공디자인이 아니라 주변 군부대와 병사들을 위한 공간만들기에 초점을 맞췄다. 인근 군부대 병사 가족들이 면회를 하며 쉴 수 있도록 공원으로 꾸민 것.

파주시에서 만든 마을 입구 잔디공원에는 해마루촌의 상징이 된 고라니가 기존 12마리에서 20마리로 늘었다. 높이 4.3m, 3.8m의 철제 고라니에서부터 1.3m 내외의 나무 재질 고라니가 정답게 노니는 모습이다. 공원에는 6·25전쟁 당시 참전했던 21개국 수도와 해마루촌의 거리 이정표 21개도 세워져 있다. ‘감사와 평화의 상징물’이다.

해마루촌 디자인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올해로 5년째다. 첫해 12명으로 시작했으나 규모가 커지면서 인원도 늘었다. 매년 젊은 학생들이 폭염 속에서 봉사활동을 펼치자 마을 어르신들도 이맘때면 이들을 기다린다. 해마루촌은 56가구 140여 명의 주민들이 사는 실향민 1세대를 위한 정착촌. 마을주민들은 3년 전 감사의 뜻으로 “부산지역 실향민들에게 나눠주라”며 이곳에서 경작한 쌀 8가마니를 동서대에 기증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박의철 씨(23)는 “강의실을 떠나 직접 망치질과 페인트칠을 하며 펼친 평화기원 봉사활동은 뜻 깊은 경험이었다”며 “더 넓은 시야와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나경 씨(24)는 “졸업을 앞두고 참여한 마지막 봉사활동이 보람되고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행사 기획자인 안병진 동서대 교수(55)는 “남북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는 고라니는 평화의 상징이다. 참전국 21개국 수도에 고라니 조형물을 설치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 동서대#민간인 출입통제선#만남과 환영-W&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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