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음식디미방 저자 장계향 핵심사상은 공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최재목 영남대 교수 논문 발표
“남성 중심 유교사회인 조선에서 여성으로 성인 꿈꿔 매우 이례적”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요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저자이자 경북을 상징하는 여성 인물인 장계향(1598∼1680·사진)의 사상적 토대는 ‘공경’(敬)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53)는 최근 발간된 유학 학술지 ‘양명학’(37호)에 게재한 ‘성인(聖人)을 꿈꾼 조선시대 여성 철학자 장계향’이라는 논문에서 “남성 중심의 조선시대에 여성으로서 유교의 이상적 인격자인 성인을 꿈꾼 것은 동아시아 지성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장계향은 19세에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에 살던 이시명(1590∼1674)의 후처로 들어갔다. 이시명은 장계향의 아버지 경당 장흥효(1564∼1634)의 제자이다. 경당은 퇴계 이황의 수제자인 학봉 김성일의 제자이다. 경당은 학봉이 숨진 뒤 서애 류성룡의 제자가 됐다.

장계향은 전처에서 태어난 1남 1녀와 자신이 낳은 6남 2녀 등 10남매를 훌륭하게 키웠다. 3남이 이조판서에 오르면서 ‘정부인(貞夫人) 안동 장씨’로 불렸다. 그를 수식하는 용어는 ‘깨달은 조선 여인’ ‘현모양처’ ‘화가’ ‘서예가’ ‘교육자’ ‘사회사업가’ ‘조선의 큰어머니’ ‘경북 여성의 큰별’ 등 다양하다. 임진왜란 때는 도토리죽으로 많은 백성의 굶주린 배를 채워줬다.

그가 70대 초반에 쓴 ‘음식디미방’(음식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은 장계향이 아버지에게서 어릴 때부터 체득한 ‘공경하는 마음가짐’에서 가능했다는 것이 논문의 주장이다. 음식디미방에 들어있는 146가지 조리법은 지금도 전통 음식의 교과서로 통한다. 이 책은 올해 고교 ‘기술 가정’ 교과서에 실렸다.

경북도와 영양군은 음식디미방을 계승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최 교수는 “그의 경 사상에는 생명을 살리는 정신이 강하게 흐른다”며 “음식디미방은 이런 정신을 일상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음식디미방#장계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