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없어 애타요”… 산부인과, 1곳 생길때 2.2곳 문닫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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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3곳 개업-96곳 폐업
낮은 수가-잦은 의료사고도 원인… 46개 시군서 분만 가능 병원 사라져

문을 닫는 산부인과 의원 수가 새로 문을 연 의원 수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임신부들이 동네 산부인과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을 통해 본 개원가의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한 의원은 모두 1536개. 개업 의원은 1831개로 그보다 많았지만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83.9%에 달했다.

그중 산부인과 의원의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223.3%로 전체 진료과목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43곳이 개업했지만 96곳이 폐업해 산부인과 의원 1개가 개업할 때 2개는 문을 닫은 셈이다. 개업 의원보다 폐업 의원이 많은 진료과목은 개업 대비 폐업 비율 136.8%를 기록한 외과와 산부인과 둘뿐. 일반의(92.8%) 신경외과(95.2%) 소아청소년과(84.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산부인과 폐업률 자체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3년에는 전국 산부인과 의원 1397곳 가운데 96곳이 문을 닫아 폐업률 6.87%를 기록해 2012년 폐업률 6.66%보다 증가했다.

사실 폐업 산부인과 의원 수가 개업 의원 수를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됐다. 2009년 118.8%였던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2010년 186.0%로 오르는 등 문을 닫는 의원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이는 전체 의원 비율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으로 높은 수치다.

산부인과 의원의 폐업률이 높은 이유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낮은 의료수가와 잦은 의료 사고 등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신용덕 호산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분만은 의료사고 위험도가 굉장히 높다”며 “특히 난임으로 고생하는 고령 임신부가 많아지면서 위험부담은 더욱 커졌지만 의료수가는 낮아 운영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신부들의 동네 산부인과 의원 접근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임금자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2013년도를 기준으로 46개 시군에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사라졌다”며 “당장에 분만을 앞둔 임신부들도 대학병원을 찾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급감하고 산부인과 의원이 없는 지역은 줄곧 증가하고 있다”며 “산부인과의 높은 폐업률은 ‘산부인과’라는 진료과목의 존폐 자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폐업한 산부인과 의사는 대부분 비만이나 미용, 보톡스나 필러 등 간단한 성형, 통증 치료 등의 진료로 전환하는 등 새로운 수익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노인요양병원에 새로 취업해 여성 노인환자들의 산부인과 관련 진료 등을 봐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산부인과#임신부#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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