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통령 퇴진 글 올린 교사들 징계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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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육청 “표현의 자유”… 신상확인 지시 거부
교육부, 43명중 30여명 신원 파악 ‘2009년 전교조 징계갈등’ 재연될듯

교육부가 청와대 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교사들의 신상을 상당수 파악해 징계 절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교육청은 이들을 징계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교육부의 신상 확인 지시에 응하지 않아 상당한 갈등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사에 대한 징계권은 시도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해당 교육청이 교육부의 징계 지시를 거부하면 200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국선언 당시와 같은 징계 공방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올린 교사 43명 중 30명 정도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 절차는 시도 교육청이 게시판에 올라온 이름과 교원 명부를 대조한 뒤 동명이인이 있는 경우 해당 학교와 교사에게 일일이 전화로 참여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30여 명이 자신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현직 교사이며 병가나 휴직 중에 동참한 교사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 참여 사실은 인정했지만 참여 동기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북 등 일부 지역의 교육청은 “교육부 지시가 부당하다”며 확인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법령 위반에 해당할 정도의 집단행동이 아닌 데다 교사들의 의사 표현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도교육청 등은 교육부가 징계 지시를 내려도 관련자들을 징계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의 신원 확인 절차 및 징계 여부를 놓고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청와대 게시판에 게재한 글이 공무원의 집단행위 금지와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특히 이번 글이 2009년 전교조의 시국선언문보다 더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전교조와 야당 등은 교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징계라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시국선언에 나선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징계를 내렸으나, 경기와 전북 등 일부 교육청이 징계를 거부하자 소송을 통해 징계를 관철한 바 있다. 당시 시국선언이 위법인가에 대한 1심 판결은 지역에 따라 엇갈렸으나 대법원은 2012년 4월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 이유에서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반이명박 전선의 구축이라는 뚜렷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거부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교육부는 22일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확인된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및 형사 고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교조는 이날 회의에 맞춰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교사 징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부#대통령 퇴진 요구#교사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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