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산 ‘기우뚱’ 오피스텔 기초공사 총체적 부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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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기둥, 암반에 안박힌 ‘붕 뜬 건물’

12일 오전 갑자기 붕괴한 충남 아산시 둔포면 석곡리의 오피스텔 사고 현장에서 15일 인부들이 철거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기초공사를 부실하게 해 기울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2일 오전 갑자기 붕괴한 충남 아산시 둔포면 석곡리의 오피스텔 사고 현장에서 15일 인부들이 철거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기초공사를 부실하게 해 기울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2일 오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석곡리에서 신축 중이던 오피스텔이 갑자기 한쪽으로 크게 기운 것은 건축물을 지탱하는 기초파일(땅에 박는 지름 40cm의 쇠기둥)이 제대로 박히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기초파일이 암반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허공에 떠 있는 모양새가 되면서 건물이 기울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산시와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구성된 이번 오피스텔 사고 원인 조사팀은 이날 지질조사를 벌인 결과 기초파일 대부분이 암석 등 단단한 암반층에 닿지 않은 상태로 박혀 있었다고 밝혔다. 본보가 현장에서 만난 조사팀 관계자는 “건물을 지탱해주는 요소 가운데 기초파일이 암반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한데 이 오피스텔의 기초파일은 붕괴가 시작된 부분은 물론이고 나머지도 암반에 닿아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건물에 사용된 기초파일은 평균 14∼15m인데 암반까지의 깊이는 대부분 그 이상이어서 건물의 기초가 부실해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오피스텔의 기울어진 일부 지점의 경우 기초파일과 암반과의 공간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한 건축전문가는 “기초파일은 항타기(쇠말뚝 등을 땅에 박는 토목기계)로 암반이 있는 곳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시공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러 개의 기초파일을 박아야 하기 때문에 ‘몇 개쯤은 빼도 괜찮겠지’라는 안전불감증과 건축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교적 단단한 흙에 닿으면 그만 박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결국 오피스텔은 기초파일을 부실하게 지지하던 흙이 빗물에 쓸려가면서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기울어졌다. 만약 준공된 뒤 사고가 났더라면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오피스텔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현장 건설소장은 설계도상으로 지상의 사각기둥(두께 50×100cm)을 지지하기 위해 기둥마다 기초파일을 6∼7개씩 총 79개를 박게 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는 설계도면에 비해 25∼35%나 적은 51∼59개만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조사팀 관계자는 “이 오피스텔에서 기초파일이 20∼28개나 모자란 것으로 드러났다면 사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레이저를 활용한 비파괴검사 결과 기둥과 기초파일을 연결해주는 기초매트(건물 바닥 부분) 역시 설계기준(70cm)에 크게 못 미치는 50∼60cm로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의 안정성에 필요한 기초매트가 14∼28% 얇게 시공된 것이다.

조사팀 측은 “기울어진 오피스텔 옆 쌍둥이 건물도 같은 건축주와 시공자가 같은 방식으로 건축했다. 이 때문에 동일한 문제가 있다면 보강할 방법이 없어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살펴본 안전진단 관계자들은 “어떻게 이렇게 부실한 건물이 지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경찰은 이 건물이 부실공사와 부실감리 등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고 시공사와 감리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아산시는 현장 주변에 방진막을 설치한 뒤 오피스텔의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아산시 관계자는 “경찰이 오피스텔 공사의 문제점에 대한 현장 확인을 하고 나면 곧바로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아산시#오피스텔 붕괴#부실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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