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엄마’ 죄책감 버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육아고민 없는 사회로]
육아 스트레스 날리려면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아이 성적까지 나쁘니 죄인처럼 느껴져요.”(전업주부 박모 씨·43) “내 자아실현 욕심에 애가 희생되는 것 같아 늘 미안해요.”(외국계 회사 강모 부장·44)

한국의 육아 갈등이 유달리 심각한 이유는 자녀 양육에 대해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가 많은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전업주부는 ‘자녀 교육은 기본에 살림과 내조까지 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직장 맘은 ‘전업주부에 비해 엄마로서 희생이 너무 적다’는 불안에 시달려 실제 그렇지 않은데도 ‘나는 부족한 엄마’라고 느낀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죄책감의 이유로 △동료 집단의 압박(peer pressure)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 △과도한 모성신화 △육아를 일종의 성과로 여기는 성과지향주의 문화 등을 꼽았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비교하기 좋아하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엄마들끼리 ‘누구 엄마는 애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더라’라며 자녀에 대한 희생을 비교하고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모성 이데올로기가 강한 엄마일수록 죄책감도 크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다른 엄마들의 양육법 및 생활상을 보고 더 큰 죄책감에 빠지는 엄마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7세 아들을 둔 외국계 기업 강 부장은 “유치원 정보를 알아보려고 유명 맘 카페에 들어갔다가 다른 엄마가 예비 중학생이 읽는 전집을 사주고 읽힌다는 글을 보고 우리 애만 뒤처지는 듯해 하루 종일 우울했다”고 말했다.

죄책감을 지닌 엄마의 상당수가 남편과의 불화, 시댁 문제 등 가족 갈등에 직면한 상태라는 점도 문제다. 기존의 가정불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녀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3세 쌍둥이 남매를 둔 전업주부 이모 씨(37)는 “성별이 다른 애 둘을 돌보는 일은 성별이 같은 애 둘을 돌보는 것보다 4배 힘들다. 그런데도 남편이 반찬투정을 하거나 청소 소홀 등을 지적하면 서럽고 속상한 마음에 애들한테 화풀이를 하고 만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면 애들한테 미안하고 내 자신이 한심해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과도한 죄책감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의 최명선 소장은 “육아는 양보다 질이므로 아이와 같이 보낸 절대적 시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엄마로서 내가 못하고 있는 것보다 잘하고 있는 것부터 생각하라”며 엄마들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고 2, 중2 두 딸을 둔 대기업 팀장 이모 씨(44)는 “딸들이 어렸을 때 나 역시 죄책감이 컸지만 회사에서 20년을 버티고 나니 회사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업주부 자녀에 비해 우리 애들은 자립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육아휴직#육아 스트레스#죄책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