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불편한 진실 2題]임대주택이 일반 분양보다 훨씬 취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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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기설비 사용… 40%만 걸러

사회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장기임대주택에 설치되는 환기설비가 초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임대주택과 영구임대주택 등 3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에 들어가는 자연환기설비의 에어필터를 대상으로 초미세먼지 제거 정도를 실험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윤규 연구위원은 “자연환기설비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2종의 에어필터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2.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초미세먼지 제거율이 40.3∼44.0%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2006년 국토교통부령으로 고시된 건축물의 설비기준에 따라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단지는 자연환기설비나 기계환기설비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자연환기설비용 에어필터는 공기 중 입자를 50% 이상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환기설비에는 자연풍을 이용한 자연환기설비와 모터를 이용한 기계환기설비가 있다. 임대주택에는 대부분 자연환기설비가 들어간다.

반면 실험 결과 기계환기설비에 들어가는 고효율 필터는 초미세먼지를 99.9%, 일반 필터는 76.8% 걸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환기설비의 입자 제거 기준은 60%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임대주택은 대부분 평수가 작아 기계환기설비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연환기설비를 설치하는 것이지 일부러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환기 성능이 우수한 기계환기설비 설치 비율이 높은 분양주택단지에 비해 장기임대주택 거주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셈”이라며 “초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진 만큼 평수나 주택 공급 방식에 관계없이 환기설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 
▼ 모두 중국 탓? 국내 배출량도 크게 늘어 ▼
2006년 6만4000t→2011년 13만t… 강원지역은 5년새 10배로 증가


최근 기승을 부린 미세먼지(PM10)의 유발 원인이 중국발 오염물질의 증가와 함께 국내 미세먼지 급증도 한몫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5일 발표한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분석’에 따르면 2006년 미세먼지 배출량은 6만4000여 t. 하지만 2007년 9만8000여 t, 2008년 11만700여 t으로 급증했다. 2009년에는 10만3000여 t으로 다소 줄었지만 2010년 11만6800여 t, 2011년 13만1000여 t으로 또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대기오염 배출량 결과는 통상 2년 전 현황이 발표된다.

특히 강원지방의 미세먼지는 2006년 4496t에서 2011년 4만6125t으로 5년 만에 10배가량 늘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강원도는 시멘트 등 비금속광물 제조업이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이라며 “비금속광물 제조에 사용되는 무연탄은 연소할 때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무연탄 사용량이 늘면서 미세먼지 발생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1년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에서 사용한 연료는 2010년보다 11만5000t이 증가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의 상당 부분이 국내 제조업 등에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측정할 구체적인 매뉴얼조차 없는 상태다. 현재 시멘트 제조시설의 경우 설비 종류에 따라 먼지 배출량 허용기준을 m³당 30∼40mg으로 정해두고 있지만 ‘미세먼지’ 혹은 ‘초미세먼지’에 관한 기준은 없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미세먼지#임대주택#자연환기설비#중국#국내 배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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