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세계물포럼이 ‘낙동강 오리알’ 안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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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내년 4월(12∼17일) 대구 경북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WWF)’이 위태로워 보인다. 포럼을 유치하기 위해 내세운 ‘낙동강’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개국 3만5000여 명이 참석해 지구촌 물 문제를 다루는 국제행사에 정작 물 관련 현장이 없어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달 24∼28일 경주에서 WWF를 위한 마지막 준비회의가 열렸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50개국 정부 관계자와 물 전문가 등 600여 명이 참여했고 세계물위원회(WWC) 총회도 열렸다. 그러나 포럼의 알맹이이자 대구 경북이 물 산업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필수적인 낙동강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2011년 11월 WWF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대구시와 경북도는 그해 7월 현장 실사를 나온 WWC에 낙동강 물 관리 상황을 헬기를 동원해 자신 있게 보여줬다. 2007년부터 경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낙동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국가사업으로 이어져 4대강 사업으로 확대됐다.

2012년 5월 대구 경북을 방문한 WWC 집행이사단은 낙동강 보(洑)를 중심으로 물 관리 현장을 살펴보고 “WWF에서 모범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해 9월 대구에서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개최한 세계 강(江)포럼에서도 낙동강이 지구촌 수자원 관리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이 넘쳤다.

이처럼 주목받던 낙동강이 4대강 사업 부실 논란에 휩쓸리면서 WWF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하고 정부도 재조사하겠다는 입장 발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물 관리 모범 사례라던 낙동강은 이제 말조차 꺼내기 싫어하는 이상한 분위기로 변질됐다.

포럼을 위한 특별법도 제정돼 행사가 열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WWF가 물과 관련이 없는 대구 엑스코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열리면 대구 경북을 물 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물 건너간다. 이런 현실에 눈을 감은 채 대구시와 경북도, 국토교통부는 WWF에 관심이 필요하다는 메마른 호소만 하고 있다. 물 부족과 수자원 확보는 지구촌의 중요한 문제이고 물 산업은 ‘블루 골드’라고 할 정도로 가치가 많다는 이야기는 하나마나다.

낙동강을 활용한 수자원 확보와 관리 사례를 WWF에서 생생하게 증명하지 못하면 대구 경북 개최는 장소만 내주고 실속은 없는 ‘낙동강 오리알’처럼 될 수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낙동강에 WWF 회의장을 만드는 등 이제라도 낙동강 현장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심을 모으도록 해야한다. 낙동강 없는 WWF는 목 타는 가뭄과 마찬가지다.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제7차 세계물포럼#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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