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옮기는 AI, 이동중지만으론 못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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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역학조사위원장 인터뷰 “개별농가 자체소독 가장 중요”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닭·오리농가가 자체 소독을 소홀히 하면 언제든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16일 전북 고창군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기 충청 전남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가축방역협의회에서 AI 역학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홍 서울대 교수(조류질병학·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 확산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별 농가 차원의 방역”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했다. 그 효과는….

“이동중지의 목적은 바이러스의 이동 가능성을 낮추면서 재래시장, 도축장 등 여러 동선이 얽히는 장소를 한꺼번에 소독하는 것이다. 철새라는 변수만 없다면 검토해볼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AI 확산에 철새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아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본다.”

―오리에 이어 닭까지 AI 감염이 확인되고 AI가 각지로 확산됐다. 앞으로의 전망은….

“2010∼2011년 AI 발생 때엔 전국적으로 AI에 감염된 철새가 나와서 걷잡을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게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기존 사례를 감안하면 닭의 감염은 예견된 것이었다. 4, 5월 겨울 철새가 북상하면 AI 바이러스는 소멸한다. AI 바이러스는 온도가 오르거나 햇볕을 받으면 금세 죽는다.”

―날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인가.

“아니다. 농장 출입 차량 등을 철저히 방역해 외부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방역이 자율에 맡겨진 데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대응 수준이 다른 게 문제다.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곳도 있다.”

―철새에 대한 정부 대비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철새 이동경로 연구에 대한 투자가 적은 게 아쉽다. 자체 조사 없이 외국 데이터에 의존할 때도 많고 철새 이동 경로를 짜깁기로 추정하는 때도 적지 않다.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불안감이 크다.

“한국은 AI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중국, 베트남 등과 상황이 다르다. 이들 지역에선 고기가 귀해 AI로 죽은 가금류를 나눠 먹거나 간혹 생오리를 먹는다. 철새뿐 아니라 텃새에게도 AI 바이러스가 퍼져 있어 도살 처분의 효과에 한계가 있다. 주거공간과 사육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접촉에 따른 감염 위험이 높은 것도 한국과의 차이점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재홍#AI#역학조사위원장#자체소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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